“언젠가 中서도 일어날 수 있을 것”…중국인들도 동참

입력 2014-10-02 05:14 수정 2014-10-02 15:31

벌써 4일째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국경절인 1일에도 대규모 도심 점령 시위를 이어갔다. 시민들의 요구사항은 두 가지다.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 퇴진과 2017년 홍콩 행정장관 보통선거의 완전 민주화가 그것이다. 시위 지도부는 “렁 장관이 퇴진하지 않으면 시위를 확대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중국은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평화롭게 진행된 국경절 시위=오전 8시 국경절을 맞아 국기 게양식이 거행된 완차이 골든 보히니아 광장. 홍콩 ‘우산 혁명’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17세 학생운동가 조슈아 웡을 비롯한 시위대 수백 명과 경찰이 대치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수십 명이 행사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평화시위를 원하는 다른 시위대의 만류로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대신 시위대는 국기가 게양되는 동안 국기게양대에서 등을 돌린 채 노란 리본을 묶은 손을 들어 ‘엑스(X)’자 표시를 만드는 등 침묵시위를 벌였다.

오후 들어 갈수록 시위대는 늘어났지만 비폭력 평화시위를 고수했다. 시위 지도부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점거 지역별로 부족한 식량과 시위 도구 등을 집계해 올렸고 시민들은 물과 음식 등을 기부했다. 몽콕 지역에서는 대학 교수 등 지식인들의 릴레이 대중 연설이 이어졌다.

국경절을 맞아 휴가차 온 중국 사람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위모(29)씨는 로이터 통신에 “정치를 직접 접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언젠가 중국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 연대 움직임=미국 백악관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에서는 20만명이 홍콩이 완전 민주선거를 실시할 수 있도록 중국에 압력을 넣으라고 미 정부에 요구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홍콩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기본적인 자유권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청원 사이트는 서명자가 10만명이 넘으면 정부가 공식 답변을 하도록 돼 있다.

하버드와 예일 등의 대학생들도 홍콩 민주화 시위에 동참했다. 허버드대 학생들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홍콩을 위해 노란 리본을 달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30여개 대학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홍콩에서 민주주의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도 “민주주의를 믿는 모든 이가 홍콩 시민들을 지지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단합 과시하며 갈 길 가는 중국 지도부=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국경절 하루 전날 장쩌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을 포함한 전직 지도부 및 리커창 총리 등 현직 지도부와 함께 국경절 초대회(연회)에 참석했다. 초대회에는 사법처리설이 제기된 원자바오 전 총리, 쩡칭훙 전 부주석 등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권력 공고화에 대한 시 주석의 자신감의 반영이자 대내외에 중국의 단합을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홍콩 시위 사태를 염두에 둔 듯 ‘일국양제(一國兩制)’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난 8월에 결정된 중앙 정부와 홍콩 당국의 행정장관 선거 방식에 양보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