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꼴찌 → 2014년 은메달리스트

입력 2014-10-02 05:11

‘꼴찌에서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박칠성(32·삼성전자)이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남자 50㎞ 경보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칠성은 1일 인천 송도센트럴파크에서 열린 경기에서 3시간49분15초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 육상이 아시안게임 남자 50㎞ 경보에서 메달을 따낸 건 처음이다. 40㎞지점까지 3위를 달리던 박칠성은 45㎞ 지점 근처에서 당시까지 2위를 기록 중이던 야마자키 유키(일본)를 제치며 역전극을 연출했다.

그에게는 항상 ‘꼴찌’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첫 메이저대회였던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20㎞ 경보에서 레이스를 완주한 41명의 선수 중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당시 미국의 한 스포츠 전문 주간지는 “무더위 속에서 끝까지 완주한 아름다운 꼴찌”라고 박칠성을 소개했다.

그러나 ‘꼴찌’라는 말은 박칠성에게 두고두고 한이 됐다. 이를 악물고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50㎞ 경보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7위에 올라 ‘톱 10 진입’에 성공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3시간45분55초라는 한국 신기록을 갱신하며 13위까지 올랐다.

부상도 그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지난해 5월 발등을 다친 박칠성은 부상을 치료하며 인천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절치부심했다. 박칠성은 “36㎞ 지점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쓰러지더라도 가 보자는 마음과 한 명만 더 잡자는 마음으로 정신력으로 버텼다”며 “한국 육상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부상을 이기고 재기하려 노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칠성은 다음 아시안게임에선 1위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피력했다.

여호수아(27·인천시청)는 남자 2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무려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남자 단거리(100·200m) 종목에서 한국에 메달을 선사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여호수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먼저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아버지가 목사인데 금식하면서 기도를 해 주셨다. 아버지 덕택에 끝까지 뛰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메달이 한국 육상 단거리 저변과 지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