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법 협상 타결 이후] 與 실속 챙겨 ‘표정관리’… 野 유가족 설득·당내 반발 ‘후폭풍’

입력 2014-10-02 04:40
세월호법 정국이 한고비를 넘기자마자 2라운드를 맞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정부조직법·유병언법’ 패키지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여야의 ‘원내투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전열 정비에 나섰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쟁점 많은 법안들을 ‘동시 처리’토록 한 합의문 한 줄이 양당의 갈등을 폭발시킬 가능성을 낳고 있다.

◇한숨 돌린 與,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에 ‘올인’=겉으로는 “간·쓸개 다 빼놓고 합의를 이끌어냈다”(김태호 최고위원)면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지만 실속을 챙긴 쪽은 새누리당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본 유가족의 특검 후보군 추천권을 유보시켰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기세를 몰아 경제 활성화 및 민생안정 법안 처리에 당력을 모았다. 청와대(19개)와 정부(30개)에서 조속한 통과를 요청한 법안 가운데 ‘송파 세모녀법(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등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법안부터 밀어붙일 태세다.

김무성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1분1초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면서 “국회가 산적한 법안들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경제 활성화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패키지 딜’은 여권에 부메랑?=세월호법 타결 직후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막판 패키지 딜을 걸어 득 본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야당 반대에 부닥쳐 처리가 어려워 보였던 정부조직법을 세월호법과 묶어 10월 말로 처리시한을 못 박는 덤을 얻었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패키지 딜이 되레 여권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진상조사위원장 선출 문제나 배·보상 문제, 동행명령권 위헌 소지 등 세월호법 ‘디테일’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여야가 샅바싸움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또다시 지루한 협상 정국으로 돌입할 경우 “여권의 숙원사업 같은 경제법안 처리마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경기도 안산 세월호 유가족 합동분향소를 찾아가 “유가족들이 원하지 않는 사람은 특검후보로 추천하지 않겠다”면서 눈물로 호소한 것도 이런 측면으로 해석된다.

◇내부에서 들끓는 野, 유가족 양해·설득에 총력=새정치연합은 유가족과 당 내부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면서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협상을 이끈 박영선 원내대표는 합동분향소에서 전명선 가족대책위 위원장 등 집행부를 만나 전날 합의사항에 대해 설득했다. 면담 이후 취재진에게 “특검 후보군 추천에 유가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 등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재협상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유가족 설득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세월호법 합의에 대한 불만이 ‘문희상 비대위’ 출범 이후 일단 봉합됐던 당내 갈등을 촉발하는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여 강경투쟁을 주도했던 우원식 의원뿐 아니라 당 지도부 일원인 정세균 비대위원도 “여러 부족함이 많았다”면서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추미애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특별법 합의를 국회 등원 명분으로 삼은 당 지도부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비대위는 유가족과 국민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가세했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유가족이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특별법 조문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방안들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