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매력 ‘뚝’… 외국인 투자자 이탈

입력 2014-10-02 04:35
1일 코스피지수 2000선이 무너진 것은 홍콩 민주화 시위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리스크지만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엔저)가 더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 제품의 달러 표시가격을 낮게 만들어 우리 기업에 위협이 되는 엔저는 2012년 12월 아베노믹스 출범 이후 계속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을 타파하겠다는 아베노믹스는 일본은행(BOJ)을 통해 돈을 풀어내며 노골적인 엔화 약세 정책을 펴왔다. 여기에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시점이 점점 다가오면서 미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된 것이 국제 환율시장에서 강달러-엔저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고조돼 왔고 그 영향이 켜켜이 쌓여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달러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아직 제로(0)상태인 미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한국의 금리와의 격차를 좁혀 한국 증시에 투자할 매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증시가 빠지면서 이를 달러화로 바꾸려는 환전 수요까지 겹쳐 원·달러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다른 신흥국의 통화가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이엠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펀더멘털 한계가 자명한 한국 증시에 환율 문제가 개입되며 외국인투자자가 이탈했다”며 “연말까지 증시 하락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가 확대되며 엔캐리트레이드 수요가 확대되는 것도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특히 이런 엔화 약세에는 근본적인 원인이 하나 있다. 수출경쟁력 확대를 원하는 아베 정부와 위안화에 점점 밀리고 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달러화 위상 추락에 대한 위기감이 최근의 강달러-엔저 현상을 용인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엔저 대응책으로 한국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KDB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한국경제의 회복 속도는 부진하고 민간 부문의 활력도 아직 취약하다”며 “정부의 재정지출 공백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으로 메우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정부는 일본의 엔저정책을 고용 확대·내수 회복으로 연결하는 역발상을 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엔저로 값이 싸진 일본 장비·기계를 사들여와 설비투자를 하는 기업들에 세제·금융지원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엔저를 이용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오히려 엔저를 용인하는 것처럼 비춰져 금융시장은 물론 국내기업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경원 기자, 세종=윤성민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