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치솟는 인도… 오바마, 모디에 ‘아주 특별한 환대’

입력 2014-10-02 04:50

미국 워싱턴DC에서 30일(현지시간)은 ‘인도의 날’이었다. 매사추세츠 애비뉴의 주미 인도대사관 앞에는 미국을 공식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보려는 인도계 미국인들이 오전부터 모여들었다.

오후 1시30분 백악관 건너편 내셔널 몰에 위치한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관에 오바마 대통령이 모디 총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예정에 없던 오바마 대통령의 동행은 모디 총리의 이번 방문에 미국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 전날 백악관 블루룸에서 비공개 만찬을 한 것을 비롯해 모두 세 차례 회동하거나 동행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는 ‘21세기 미국-인도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라는 제목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공동 기고문도 실렸다.

이처럼 이례적이고 각별한 ‘모디 환대’는 미국에 대(對)인도 관계의 ‘리셋(reset·재설정)’이 시급하고 중요한 어젠다이기 때문이다. 우선 급성장한 국력을 바탕으로 한 치도 굽히지 않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중국 입장에서 에너지 수입 경로인 인도양에 버티고 선 인도가 미국과 가까워지는 것은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 중 하나다. 오바마 행정부는 핵심 외교정책인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전략의 실현을 위해서도 인도와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 12억 인구의 거대 시장이 미국 기업에 갖는 경제적 의미도 막대하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경제와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와 미국은 공통된 경제적 우선 과제들을 상당수 공유하고 있다”면서 “미국 기업들이 인도 방위산업 발전에 도움을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인도 서비스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의 뒤 빈곤 구제에서 직업훈련에 이르기까지 경제 이슈를 의제로 대화했으며 무역, 우주, 에볼라, 기후변화,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시리아·이라크 내 ‘이슬람국가(IS)’ 문제 등을 광범위하게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두 사람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비롯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계획을 우려한다”면서 비핵화를 촉구했다. 이어 “북한이 국제적 의무를 완벽히 준수하고 2005년의 6자회담 합의(9·19공동성명)를 이행하는 등 비핵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북한과 동시 수교국인 인도가 공동성명에 이런 문구를 담는 데 동의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을 동북아 지역의 주요한 과제로 다루려는 미 정부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인도의 반대로 무산된 세계무역기구(WTO) 무역원활화협정(TFA)을 비롯해 양국이 갈등을 빚어온 쟁점 사안에서 구체적인 성과물을 거의 내놓지 못했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