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편파 판정 논란 여자복싱… 인도 선수“동메달 안받겠다”

입력 2014-10-02 05:48
박진아(25·보령시청)가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첫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차지했다.

박진아는 1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복싱 라이트급(60㎏급) 결승전에서 중국의 인쥔화에게 2대 0으로 판정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한국 여자 복싱의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을 새롭게 갈아 치웠다. 이전 최고 기록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 복싱 75㎏급에 출전한 성수연의 동메달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박진아는 거침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8강에서 4라운드 1분33초 만에 라나 사라스와티(네팔)을 TKO승으로 꺾으며 특유의 스피드와 체력을 뽐냈다. 그러나 결승전에서는 박진아의 장기인 아웃복싱이 살아나지 못했다. 박진아는 경기 초반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파고들며 묵직한 주먹을 날렸으나 발이 빠른 인쥔화의 카운터 펀치가 더 빨랐다. 이 같은 경기 흐름은 4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뒤집어지지 않았고 박진아는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시상식에선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인도 선수가 메달 시상을 거부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준결승전에서 박진아에게 3대 0으로 판정패한 인도의 라이슈람 사리타 데비는 눈물을 흘리며 동메달 수상을 거부했다. 데비와 코치진은 전날 준결승 경기 후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며 심판들에게 격렬하게 항의한 바 있었다.

시상대 위에서 메달을 손에 쥔 채 눈물을 흘리던 그는 박진아에게 자신의 동메달을 건넸다. 당황한 박진아가 메달을 돌려주려고 했으나 데비는 박진아를 가볍게 안아 볼에 입을 맞추고 그대로 시상대를 떠났다. 결국 박진아도 동메달을 그 자리에 내려둔 채 자신의 시상대로 돌아와야 했다.

소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시상식이 끝난 후 한 자원봉사자가 데비의 동메달을 들고 선수들의 항의를 접수하는 소청실로 향하다가 “한국인이 동메달마저 훔치려 한다”고 소리치는 인도 취재진 10여명과 뒤엉키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데비와 코치진은 전날 준결승 경기 후 선학체육관 파견 중인 국제복싱연맹(AIBA) 감독관에게 심판 판정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편파 판정 논란을 통해 한국 복싱은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인천=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