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공기 맞추려 가리왕산 벌목 서둘러”… 최문순 지사, 책임 회피성 발언 논란

입력 2014-10-02 04:07

최문순(사진) 강원도지사가 가리왕산 원시림 벌목과 관련한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가리왕산은 조선시대부터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원시림 지역이지만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건설을 위해 대규모 벌목 공사가 강행되면서 논란에 휩싸인 곳이다.

최 지사는 최근 환경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벌목을 서두른 것은) 시공사 입장에서 공사기간을 맞추지 못할 경우 공사비를 물어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시공사가) 정해진 공사기간을 맞출 수 없겠다는 생각에서 일정에 쫓겨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현재 강원도 평창에서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다. 전 세계 환경전문가 2만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국제행사다. 정부와 강원도는 이 행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친환경 이미지를 홍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총회를 앞둔 지난달 17일 가리왕산에 대규모 벌목 공사가 시작되면서 국제적 비난에 직면한 상태다.

시공사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최 지사의 발언이 알려지자 “도정 책임자가 시공사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강원도는 현재 가리왕산 복원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계획이 완성되기도 전에 마구잡이 벌목이 강행되면서 계획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상황이다. 2주 정도 진행된 벌목 공사는 현재 완료단계로 알려졌다.

비용과 기술적 문제로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발언도 나왔다. 최 지사는 “자원을 많이 투입하면 부드럽게 갈 수 있지만 비용이 없다”면서 “나무를 옮겨 심어도 잘 죽는다고 들었다. 이식할 땅도 없다. 처음부터 의사결정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평창에서 가리왕산의 실태를 집중 알린다는 계획이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생물다양성 총회는 생물자원의 국가적 가치를 어떻게 공유하고 복원할 것인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라면서 “강원도는 회의석상에서 보존을 얘기하지만 밖에서는 경기장 건설을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등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도경 기자, 춘천=서승진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