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똥’ ‘몽실 언니’ 등의 동화를 쓴 권정생(1937∼2007)의 시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 개구쟁이 강아지와 새침데기 새끼 염소가 아옹다옹하다가 어느새 친구가 되어 뛰노는 모습을 담았다. ‘“염소야 염소야 나랑 노자야”/ 강아지가 깡충깡충/ 다가왔지/ “듣기 싫어”/ 냐금냐금 먹음쟁이/ 염소 새끼 못 본 체하지/ 강아진 놀고파서 곁으로 와 깡충! 덤비지.’
이때 갑자기 “쐬앵!”하며 제트기가 지나간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강아지와 염소는 싸우던 일은 그만 까맣게 잊고 하늘만 쳐다본다.
‘강아지와 염소 새끼’는 한국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권정생이 15세 무렵에 쓴 시. 작가 사후에 발굴돼 2011년 뒤늦게 세상에 소개됐다. 시가 쓰인 때는 1950년대 한국전쟁이 막 끝났을 무렵. 작가는 모두가 살기 힘들었던 시절, 강아지와 새끼 염소가 서로 엉겨 있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전쟁의 풍상에도 시심을 잃지 않았던 소년 권정생의 마음이 오롯이 드러난다. 재미있는 운율과 아이들의 입말, ‘나알름 패앨짝’(혀를 내미는 모습을 표현한 것) 같은 다양한 의성·의태어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림을 그린 김병하는 시행과 시행 사이의 숨은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 3년 동안 공을 들였다. 책에는 드넓은 언덕과 푸른 하늘 아래서 강아지와 새끼 염소가 노는 장면이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단순한 그림에서도 힘찬 생명력이 느껴진다. 새침한 염소는 검은색 ‘콩테’ 소재로 섬세하게 그려졌고, 강아지는 갈색 ‘파스텔’ 선으로 쓱쓱 그려 서로 다른 성격을 표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어린이책-강아지와 염소 새끼] 故 권정생 선생 15세때 쓴 詩에 생동하는 그림 입혀
입력 2014-10-03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