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는 시인이나 소설가에 비해 주목받기 쉽지 않다. 평론이란 장르는 일반 독자가 별로 없다. 그런데 신형철(38)은 다르다. 그는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한 ‘스타 평론가’다.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그의 평을 받고 싶어 한다. 그의 평론을 먼저 읽은 후 원 텍스트를 읽겠다는 독자들도 많다.
놀라운 것은 그의 글이 대중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단문 또는 말랑한 글쓰기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그의 글은 ‘정확함’을 추구한다. 그의 글은 지독하고, 치밀하고, 섬세하다. 고(故) 김현 이후 평단과 독자의 관심을 동시에 받는 드문 평론가로 평가받는 그가 세 번째 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마음산책)을 펴냈다. 평일에는 광주 조선대에서 강의하는 그를 1일 전화로 만났다.
그가 3년 만에 펴낸 책은 문학평론집이 아니라 영화평론집이다. 2012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2년간 영화전문지 ‘씨네 21’에 연재한 글 등을 모았다. “첫 번째 책 ‘몰락의 에티카’와 두 번째 책 ‘느낌의 공동체’에 ‘올드보이’ 등 영화에 대한 글을 몇 편 썼는데 그 글을 보고 잡지사에서 제안이 들어와 계획에 없던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을 시작했다.
그는 영화평론을 쓰기 위해 책을 읽을 때처럼 영화를 보고 또 봤다. 그는 “연재 기간 중에는 거의 모든 개봉작을 다 봤다. 어두운 극장에서 메모를 하고 같은 영화를 대여섯 번 정도 반복해서 봤다”고 전했다.
신형철의 영화평은 지독했다. 생선살을 하나하나 바르듯 영화를 철저히 해부한 후 이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했다. 영화감독 박찬욱은 ‘스토커’와 ‘설국열차’를 다룬 글을 읽고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이 표현해놓은 대목과 맞닥뜨릴 때면 좀 무섭기까지 했다”며 “이렇게 엄격한 사색의 결과를 이렇게 정확하고 유려하게 표현한 글을 얻는다면 그 영화는 복되다”고 평했다. 하지만 신형철은 “영화라는 매체의 문법을 잘 모르는 내가 감히 영화평론을 쓸 수는 없다. 영화를 일종의 활동서사로 간주하고 문학평론가로서 물을 수 있는 것만 겨우 물어보려 했다”고 겸손해했다.
신형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내 인생의 영화를 한편만 꼽으라면 ‘디 아워스’(The Hours)다. 어른이 되고 나서 본 영화 중에는 가장 잔상이 오래 남는 영화다.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형철이 추구하는 글쓰기의 핵심은 정확함이다. “정확함을 다른 말로 바꾸자면 ‘대체 불가능함’이다. 어떤 대상을 설명할 수 있는 표현들 중에서 가장 정확한 표현이 있을 수 있다고 믿는 쪽이다. 가장 정확한, 유일무이한, 대체 불가능한, 한 글자도 더하거나 뺄 필요가 없는 문장을 쓰고 싶다”는 ‘무시무시한’ 각오를 털어놓았다.
그는 사랑도 가장 정확한 방식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상대방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그 사람 자신일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사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리하자면, 신형철에게 정확함이란 글쓰기의 이상이자, 비평가의 이상이며, 관계의 이상인 셈이다.
“해석도 창조”라는 신형철은 “창작가는 무에서 유를 만들고 비평가는 유에서 또 다른 유를 만들어낸다. 나는 이 작업이 창작보다 열등하거나 혹은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시대의 창작자들과 나란히 서서 나름대로의 창작을 하고, 그들에게 동료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책과 길] “영화평 위해 생선살 바르듯 작품 해부”
입력 2014-10-03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