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캠핑시장을 가다] 패밀리 캠핑문화 정착… 용품은 고급화

입력 2014-10-02 03:26
유럽은 오래 전부터 가족 단위 캠핑 문화가 발달한 데다 유럽 내 캠핑장 수가 2만600개에 달할 정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유럽 재정 위기 이후 유럽인들은 가급적 지출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해외여행을 포기하면서 보상심리로 럭셔리한 캠핑장을 찾거나 고가의 대형 텐트를 많이 찾고 있다.
세계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현재 70조원으로 파악된다. 미국 시장이 약 11조원으로 가장 크고 그 뒤가 7조원 규모의 우리나라다. 그 다음이 독일로 약 3조원으로 추산되고 유럽연합으로는 9조원에 달한다. 미국과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가장 아웃도어 시장이 크고 오래된 곳이 바로 유럽이다.

유럽은 아웃도어 시장이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 몇 년 동안 유럽발 재정 위기 영향으로 경제 전반적으로 성장률은 주춤한 상태지만 캠핑 시장만큼은 여전히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워낙 오래 전부터 가족 단위 캠핑 문화가 발달한데다 유럽 내 캠핑장 수가 2만600개에 달할 정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까닭이다. 여기에 재정 위기 이후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캠핑 인구는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트라(KOTRA)에서 올해 8월 발표한 '독일 아웃도어시장, 지속적인 성장 예상'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8000만 인구 중 절반인 4000만명이 규칙적으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고 있고, 이 가운데 10%에 달하는 400만 인구가 캠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유럽의 캠핑장 중 33% 이상이 집중된 프랑스는 통계적으로 여행 중 캠핑장을 즐기는 인구가 호텔이나 기타 숙박지를 이용하는 인구의 2배 이상이다. 네덜란드의 캠핑 인구는 전체 인구(약 1680만명) 중 2/3에 달하고 여행 시 텐트나 캠핑 트레일러, 모터 카라반을 이용하는 인구가 75%를 넘는다.

◇유럽, 가족 캠퍼·실버 캠퍼 증가로 고급 장비 선호=덴마크에서 10개 체인을 운영하는 이벤트리스포츠 점장 캐스퍼 프레드릭슨(Kasper frederiksen)은 “캠핑 고객을 크게 세 집단으로 분류한다”고 말한다. 캠핑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15∼44세의 가족 고객, 55세 이상의 은퇴한 실버 고객, 25∼40세의 커플 혹은 솔로 고객이다. 가족 고객은 주로 휴일과 학교 방학 등을 이용하고 텐트 사용 비율이 높다. 어린 자녀와 함께 즐기려는 만큼 안전과 안락함을 추구한다. 때문에 텐트와 각종 퍼니처류를 고급 제품으로 고른다. 실버 고객은 풍부한 현금보유자거나 연금 생활자로 주로 캠핑 카라반을 이용해 성수기보다 비수기에 장기간 여행한다. 카라반에 모든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대개 카라반과 연결하는 대형 텐트를 하나 더 설치해 집을 야외로 옮긴 듯 편안하게 캠핑을 즐긴다. 커플 혹은 솔로 고객은 주로 3∼4일의 짧은 휴가를 즐기거나 주말에 익스트림한 백패킹을 즐기는데 이를 위해 가볍고 좋은 품질의 캠핑 장비를 선호한다.

이처럼 유럽에서는 축제나 가벼운 휴일에 캠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제외하고 고급 캠핑 장비를 더 선호하는 실정이다. 특히 재정 위기 이후 가급적 지출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해외여행을 포기하면서 보상심리로 럭셔리한 캠핑장을 찾는 분위기가 정착돼 글램핑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고가의 대형 텐트 수요도 늘고 있다.

실제 스웨덴 최대 스포츠용품 유통체인인 인터스포츠 AB사는 재정 위기 직후인 2012년 텐트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고 저가품보다 고가품 위주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유럽 42개국에 캠핑용품을 수출하는 오아세아웃도어의 로테 시몬센 마케팅 디렉터는 “시장 조사를 해보면 캠핑 붐이 불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캠핑을 했다면 지금은 돈 많은 부자도 캠핑을 한다”며 “이에 맞춰 텐트부터 장비까지 고급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반대로 가는 대한민국… 복제품 난무하는 저가 시장 강세= 유럽에서는 소비자들이 고가의 제품이라도 품질과 남다른 디자인 등을 이유로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한다. 때문에 고가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반대다. 2000년대 후반 처음 캠핑이 유행할 때는 고가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최근 저가 제품들로 시장이 재편되는 추세다.

고가의 브랜드 제품이라 하더라도 업체마다 제품을 베껴대며 창의력 없는 제품들을 출시했고, 여기에 중국산 복제품까지 쏟아지자 고가 브랜드 제품과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브랜드 업체들이 제품 스펙을 높여가며 고가 경쟁을 하고 있지만, 실제 지난해 한 소비자단체가 텐트업체 1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브랜드 제품들이 무더기로 성능 미달로 판명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까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저가 시장도 특별한 아이디어를 더하거나 품질 개선 없이 복제품을 앞세워 가격 경쟁만 하는 실정이다. 이 복제품도 브랜드 제품을 베낀 거 아니냐”며 “국내 소비자들은 복제품에 너무 관대하다”고 비판했다.

캠핑 용품을 수입하는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텐트가 집처럼 튼튼해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라도 비, 바람은 물론 태풍에도 폴이 휘지 않고 멀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품질에 대한 가격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태도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로테 시몬센 오아세아웃도어 마케팅 디렉터는 “우리가 전개하는 캠핑 브랜드 ‘아웃웰’은 고품질의 제품을 원하는 패밀리 캠퍼를 위해 최고급 소재를 사용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극대화한 고가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을 위해 1회용으로 사용해도 부담 없는 가격에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브랜드 ‘이지캠프’도 선보인다. 타깃 층을 달리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힐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업체, 고가 경쟁 지양…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자세도 중요= 결론적으로 국내 캠핑 시장이 앞으로 더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업체들의 고가가 무조건 품질이 좋다는 식의 마케팅 경쟁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가 선행돼야겠지만 앞에서 지적했듯 이는 브랜드 고가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만 가져오게 되고 자사 중저가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막게 만드는 자승자박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마다 스펙 경쟁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기보다 타깃 층을 달리해 고가부터 저가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제대로 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며 “소비자 역시 가격에 따른 품질의 차이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구매를 한다면 캠핑 시장이 한층 더 다양해지고 고가 시장은 물론 중저가 시장도 제대로 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빌룬드(덴마크)=김난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