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주일 ‘건국일’ 연휴… 명동 점령한 요우커들

입력 2014-10-02 03:14

65년 전 마오쩌둥이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건국을 선포한 날인 1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일대는 중국인들로 가득했다. 버스에서 단체 여행객들이 내리기라도 하면 지나가던 시민들과 얽히면서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백화점에서 나오는 이들 손에는 밥솥 상자를 여러 개 묶은 꾸러미와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중국 국경절 연휴(1∼7일) 첫날 서울 주요 백화점 및 면세점과 명동 일대는 요우커(遊客)를 맞이하느라 하루 종일 들썩였다. 중국에서 인기가 있는 화장품, 가방, 밥솥 매장 주변은 내국인보다 중국인이 더 많이 눈에 띄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8층 쿠쿠 매장에서 남편과 쇼핑 중이던 위원징씨는 “한국 밥솥의 경우 압력 기능 등이 좋아 중국에서 인기가 있다”며 “어머니가 한국에 가면 밥솥 2개를 꼭 사오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인기 있는 국산 화장품 매장은 상담을 받거나 물건을 고르는 중국인들이 매장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9층 롯데면세점 화장품 매장을 찾은 덩리쥔씨는 “중국에서도 설화수나 라네즈 같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잘 알려져 있다”며 “아시아인 피부에는 한국 화장품이 잘 맞는 것 같아 사러 왔다”고 답했다.

요우커의 씀씀이도 점차 커지고 있다. 쇼핑에만 수백만원씩 지출하는 것은 예사이고, 한번에 1000만원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 백화점 1층 설화수 매장의 고은혜 매니저는 “중국인이 선호하는 브랜드나 제품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구매액수 역시 늘고 있다”며 “이전에는 한번에 20만∼30만원어치를 구매했다면 요즘에는 50만∼100만원어치를 사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내수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유통업계 입장에선 요우커가 단비나 마찬가지다. 백화점의 경우 가을 정기세일을 앞당기면서까지 국경절 특수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부터 본점 1층에 중국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한곳에서 제공하는 ‘컨시어지 서비스센터’ 운영을 시작해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여권을 제시하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40여개 국내외 유명 브랜드 제품 구매 시 10%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큰손인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비행기삯을 제외한 숙박·투어 비용을 부담하며 이들을 모셔오기도 한다. 한류 스타들의 단골 미용실이나 요트 투어 등을 일정에 포함시켜 환심을 사고 있다.

올해 국경절 연휴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16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통업계는 이 기간 매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국경절 연휴 기간 신장률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30∼40% 이상 매출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강훈 롯데면세점 마케팅 팀장은 “연휴 시작 후 3∼4일 정도 되면 쇼핑 매출이 극대화된다”며 “이번 주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