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주요 교단 총회에선 교회 연합·일치에 대한 관심이 어느 해보다도 높았다. 특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의 관계 설정은 개신교 연합사업의 핵심으로 부각됐으며 말로만 외쳤던 교단간 통합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하듯 가톨릭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제시해 달라는 총대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한기총 이단문제 해결할 때만 연합사업 가능”=올 총회에서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백남선 목사)이 한기총 탈퇴를 결의한 것은 교회연합과 관련된 각 총회 결정 중 가장 큰 화제거리였다. 예장합동은 지난해 임원회에서 한기총 탈퇴를 결의했지만 총회에서 이를 통과시키지는 않았다.
서기행 전 총회장은 “우리 교단은 다락방과 평강제일교회를 이단이라고 했는데 한기총은 아니라고 한다”며 “이 자리에서 탈퇴 결의를 안 하면 부끄러운 일이 생긴다”고 호소했다. 정치부장인 오정호(대전 새로남교회) 목사도 “한기총이 이단의 온상이 됐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한기총 탈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총대들은 한기총 대표회장이 교체됐음에도 이단 가입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며 탈퇴를 신속하게 결정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장소에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협의회 구성 건’을 기각시켰다는 점이다. 즉 ‘제3의 연합기구는 허락하지 않는다. 다만 한기총이 이단문제를 확실히 정리한다면 다시 가입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다’는 총대들의 암묵적 정서가 반영된 것이다.
중도·보수성향의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 곽도희 목사)는 한기총 탈퇴 여부를 임원회에 맡기기로 했다. 기침 총회에서 다수 총대들은 “한기총은 이단을 영입한 연합기관으로 주요 교단들이 탈퇴했거나 탈퇴하고 있다. 우리도 한기총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이 되면서 연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한국교회 일치와 화합을 위해 이탈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방향을 선회했다. 결국 이영훈 대표회장의 결단에 따라 탈퇴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단문제를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한 셈이다.
◇가톨릭과는 선긋기, 교단통합은 추진=가톨릭과의 교류 문제에 대해선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한국교회의 전반적 정서가 표출됐다. 예장합동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가톨릭의 신앙과직제일치협의회 창립·활동’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며, 가톨릭의 영세를 세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장통합(총회장 정영택 목사)에서도 ‘한국그리스도교 신앙과직제협의회’ 가입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으나 정영택 총회장이 “문제가 있다면 위원회를 만들어 연구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단락됐다. 예장통합 이단대책위원회에선 “교리 차이는 있지만 반사회적인 이단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고했고 가톨릭 영세 인정 여부는 다시 논의키로 했다.
신학적 정체성이 비슷한 교단 간 통합논의는 올해도 활발하게 전개됐다. 예장백석(총회장 장종현 목사)과 예장대신(총회장 전광훈 목사)은 각각 통합을 결의하고 다음 달 25일 통합총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반면 예장고신(총회장 김철봉 목사)과 예장합신(총회장 우종휴 목사)은 합동추진위원회를 해산시키고 교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해 교단통합이 사실상 무산됐다.
백상현 박재찬 기자 100sh@kmib.co.kr
[2014 주요 교단 총회 결산] (4) 지난한 교회 연합
입력 2014-10-02 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