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개국 중 50위… 갈 길 먼 노인복지

입력 2014-10-02 03:54
지난 9일 대구에서 72세 노인이 70세 아내를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했다. 파킨슨병에 걸린 아내를 30년간 수발해온 노인은 아들에게 “엄마랑 같이 가려고 그랬다”는 말을 남겼다. 노년의 삶의 무게를 감당키 어려웠던 그를 포함해 전체 인구의 13%나 되는 한국 노인의 복지 수준은 세계 96개국 중 50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노인인권단체 헬프에이지인터내셔널은 1일 세계 노인의 날을 맞아 96개국의 노인복지 수준을 소득, 건강, 역량, 우호적 환경 등 4개 영역 13개 지표로 측정한 ‘2014년 세계노인복지지표’를 발표했다.

전체 1위는 노르웨이(100점 만점에 93.4점)였고 스웨덴 스위스 캐나다 독일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50.4점으로 카자흐스탄에 이어 50위에 그쳤다. 지난해 처음 발표된 순위에서 91개국 중 67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조금 올랐지만 여전히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9위인 일본보다 크게 뒤지고 중국(48위)보다도 낮은 순위다.

부문별로 보면 한국은 노인의 고용률과 교육수준 등을 평가하는 ‘역량’ 분야에서 19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연금소득 보장률과 노인 빈곤율 등을 반영한 ‘소득 보장’ 분야에선 80위에 그쳤다. 그나마 연금 수급률 데이터가 개정돼 지난해 90위에서 다소 높아진 것이다. 올해 7월부터 지급하기 시작한 기초연금은 이번 지표에선 빠졌다. ‘건강상태’ 분야는 노인의 정신적 복지와 관련한 데이터가 추가되면서 지난해 8위에서 올해 42위로 내려앉았다. 사회적 관계와 신체적 안정, 시민의 자유 등을 측정하는 ‘우호적 환경’ 분야에서도 54위에 그쳤다.

헬프에이지인터내셔널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전반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나 노인 소득보장 분야에서 기대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노인 빈곤의 심각성과 해결 방법, 연금 수준의 적합성, 보편적인 보장 달성 방법 등에 대한 국가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