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법 협상 타결 이후] 명예회복한 박영선 원내대표 유임이냐 사퇴냐

입력 2014-10-02 03:51

삼수 끝에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안을 도출해낸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거취를 놓고 고심에 들어갔다. 박 원내대표는 두 차례 합의안 불발로 탈당 파동까지 겪었으나 결국 협상을 타결시키면서 명예를 회복했다는 평가다. 당내에서는 후속조치 마무리를 위해 당분간 유임해야 한다는 주장과 약속한 대로 조속히 사퇴해야 한다는 반박이 엇갈리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1일 공식일정을 잡지 않았다. 대신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아가 방명록에 ‘가장 슬픈 법이 가장 슬프게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적었다.

사퇴론의 근거는 지난달 발생한 ‘박영선 탈당 파동’이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막히자 강경파 사이에서 박 원내대표의 당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박 원내대표는 사흘간 잠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수습을 위한 마지막 노력을 한 뒤 그 결과에 관련 없이 사퇴한다’는 중재안에 따라 지난달 17일 당무에 복귀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 본회의 후 원내부대표단과의 만찬 자리에서도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전날 여야 합의안이 타결됐으니 빨리 사퇴하라는 입장이다. 최종 협상안 역시 유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으니 만족할 만한 성과가 못 된다는 주장이다.

강경파들은 일단 며칠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곧 사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 시끄럽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유임론도 만만치 않다. 타결된 최종안이 여야 원내대표 간 ‘8·19 2차 합의안’에 기반하고 있고, 여기에 특검 후보 추천권을 추가하는 성과를 냈다는 이유에서다. 당내 소통 부재, 유가족 설득 부족 등 과정에는 문제가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는 동정론이다.

중도성향 한 재선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과 정부조직법 등을 후속 처리해야 하는 데 박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마무리 짓는 게 낫다”며 “새 원내대표를 뽑느라 정기국회를 낭비하는 것에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협상 상대였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역시 박 원내대표의 유임을 요청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이 원내대표가 어제 본회의 중 찾아와 이달 말까지 모든 합의가 지켜지고 법을 제정하려면 박 원내대표와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사퇴냐, 유임이냐 결정은 전적으로 박 원내대표에게 달려 있다. 탈당 파동, 세월호 특별법 타결 등과 마찬가지로 거취 여부는 향후 본인의 정치적 미래와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 주변에서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명예로운 후퇴’를 한 뒤 훗날을 도모하자는 의견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 후속조치가 끝난 뒤 물러나야 명예회복이 된다는 주장 등이 나온다.

만일 후속조치를 위해 유임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일이 복잡해진다. 우선 재신임을 받는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 재신임을 받더라도 이미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 강경파들과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세월호 특별법과 정부조직법 등을 패키지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나마 회복된 위상이 다시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