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목사와 신학자, 기독교 학생 등 교계 인사들이 홍콩 민주화 운동 최전선에서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추 이우밍(70) 차이완 침례교회 담임목사는 최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감옥에 갈까 두렵고 공산당이 무섭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선거인단이 아닌 홍콩시민이 행정장관을 뽑는 것은 정당한 일”이라며 “중앙정부가 왜 모든 것을 결정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추 목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사회적 장애물을 없애고 울퉁불퉁한 길을 다듬을 것”이라고 다짐한 뒤 “운명에 순응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추 목사는 도심 점거시위를 주도하는 시민단체 ‘사랑과 평화로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 with Love and Peace)’의 공동 설립자로 중국과 홍콩 민주화를 위해 30년 이상 투신한 인물이다.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운동단체 ‘학민사조’의 조슈아 웡(18) 대표도 기독교인이다. 그는 지난달 26일 시위에 학생 1200명을 동원해 체포됐다가 이틀 만에 풀려났다. 최근 시위에서 경찰의 최루액과 최루탄 가스를 우산으로 버텨낸 ‘우산 혁명’을 주도한 인물이다. 웡은 미 방송 CNN과 인터뷰에서 “모든 싸움을 마지막인 것처럼 생각해야 한다”며 “그래야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신교 신학자 로즈 우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사건은 어떤 의미에서 정치적 사건”이라며 “정치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자”고 말했고 천르쥔 전 홍콩 대주교는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며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고 영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홍콩 기독인이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인 것에 대해 중국 당국의 종교 규제가 주된 이유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홍콩시립대 조셉 청 정치학 교수는 “기독교인들은 무신론 성향이 강한 정부에 대해 불신이 강하다”며 “물질보다 영적인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기독교인의 성향이 민주화 운동에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등에는 시위대를 위해 기도하자는 의미로 노란색 리본 사진이 퍼지고 있다고 CP가 전했다. 홍콩 시민들은 완전한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연일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이 홍콩 행정장관 후보를 친(親) 중국 인사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과반 찬성을 얻은 사람으로 제한하기로 하는 등 노골적인 선거 개입에 나서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홍콩 민주화 시위 최전선에 기독인 있다
입력 2014-10-02 03:44 수정 2014-10-02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