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구니 들고 찾아갔는데 자존심 건드려…” 화 못참고 일가족 3명 살해

입력 2014-10-02 03:03
“사귄 지 3년 만에 처음으로 꽃바구니까지 사들고 집에 찾아갔는데 노골적으로 자존심을 건드리고 무시해 화를 참지 못했습니다.”

1일 오전 광주서부경찰서 형사계에서는 일가족 3명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김모(34·인천 강화읍)씨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장어 소매업을 하는 김씨가 권모(41·여·군부대 교환원)씨를 처음 만난 것은 2011년 가을. 교도소 출소 이후 외로움을 느끼던 김씨는 2006년 이혼한 권씨와 광주와 인천을 오가며 3년 가까이 만남을 이어갔다.

그는 며칠 전 말다툼한 앙금을 풀기 위해 꽃바구니를 들고 지난 29일 오후 6시쯤에도 권씨의 광주 치평동 아파트를 찾았다. 때마침 비번으로 집에서 쉬고 있던 권씨와 1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던 김씨는 결혼문제 등으로 다시 권씨와 승강이를 벌였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권씨가 “주제파악도 못하고 다른 여자를 만나느냐”고 힐책하자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권씨를 때렸던 김씨는 거센 반항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말았다. 김씨는 다시 주방에 있던 프라이팬 등으로 권씨를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했다.

김씨는 잠시 후 딸을 보러온 권씨의 어머니 최모(68)씨와 오후 8시30분쯤 학교를 마치고 귀가한 권씨의 딸 전모(14·중2)양까지 잇따라 살해했다. 어머니 최씨는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다.

경찰은 모범생인 전양이 등교하지 않았다는 담임교사의 신고에 따라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자택에서 숨져 있는 권씨 모녀 등을 발견했다.

김씨는 우발적 범행 직후 렌터카를 타고 전북 고창의 산속으로 달아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CCTV 녹화테이프 등을 토대로 추적에 나서 1일 새벽 김씨를 검거됐다. 경찰은 김씨가 2006년 제주시에서 강도행각을 벌인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2011년 만기 출소한 전과자라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에서 “분노를 참지 못했다. 딸까지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 죽고 싶다”며 때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