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 기울어진 첨성대… 문화재청은 “문제없다”

입력 2014-10-02 04:37
첨성대 서쪽 석축 일부에 틈이 벌어진 모습. 문화재청 제공

신라 선덕여왕 때 축조된 경북 경주 첨성대(국보 제31호)의 부실 보존 및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자 문화재청이 이례적으로 현장조사 공개 카드로 맞섰다.

문화재청은 1일 첨성대에서 ‘구조안전 문화재위원 긴급 현지조사’ 현장을 공개했다. 김창준 장석화 정명섭 등 문화재위원과 조은경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등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첨성대 훼손 문제는 지난 5월 감사원 지적에 이어 최근 일부 언론까지 가세해 석축에 틈이 생기고 크게 기울어 붕괴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자 부랴부랴 해명성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첨성대는 북쪽으로 205㎜ 기울어지고, 이로 인해 서쪽 석축 일부가 최대 131㎜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첨성대의 기울기와 석축 사이 틈은 1910년대 사진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붕괴가 우려될 정도로 최근 급격하게 진행된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 참석한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첨성대의 안전점검(구조모니터링)은 1981년부터 해마다 정기적으로 실시했으나 기울기가 처음 측정된 때는 2009년 10월이다. 이때 북쪽으로 200㎜, 서쪽으로 7㎜ 기울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지난 9월에는 북쪽 204㎜(서쪽은 변동 없음)로 4㎜가 더 기울어졌다. 지난 23일 강도 3.5의 지진 전후 측정한 결과는 각각 203.97㎜, 205.05㎜였다.

석축 틈새는 상태가 심한 7곳에 측정점을 설치해 지난해 5월과 지난 4월·9월 조사한 결과 서쪽 부분이 최대 131.45㎜까지 벌어져 있었다. 지난해와 올해 여러 측정치 중 최소치와 최대치의 변화폭은 0.89㎜로 조사됐다. 조은경 학예연구관은 “측정 시점과 날씨 등에 따라 수치가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 기울기와 틈새 모두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북쪽 지반이 최근 10㎜ 더 내려앉아 내려앉은 수치가 170㎜에 달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총 15회 측정했는데 원래의 지반보다 지대석은 157∼169㎜, 기단석은 153∼16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초기 측정 때보다 계속 내려앉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첨성대가 북쪽으로 기울어진 이유는 기반을 받치는 호박돌이 남쪽보다 적은 것과 일제 강점기 때 이쪽 방향으로 도로가 조성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400년 세월 동안 풍상을 겪은 자연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문화재청은 “첨성대의 기울기와 수직침하 등 전체적인 변형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해 보존·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 외부 전문가는 참석하지 않았다.

경주=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