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안그래도 TK·PK천하 인데… KB금융 회장까지 물망

입력 2014-10-02 03:39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 인사는 정치권에만 있는 게 아니다. 금융권에도 이 지역 출신들이 요직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회장 인선 중인 KB금융지주까지 물망에 오르는 인사 중 다수가 PK·TK 출신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특정 지역 출신인 측근을 이용해 금융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을 제외한 3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PK 또는 TK 출신이다. 신한금융지주 한동우 회장은 부산 출신이고, 신한은행 서진원 행장은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대구 계성고등학교를 나왔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대구고를 졸업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모두 부산 출신이다. 김주하 농협은행장 역시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지역편중 인사는 MB정부 때도 만연했다. MB맨이라 불렸던 금융지주 회장들 역시 이들 지역 출신이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경남 하동, 강만수 전 산은지주 회장은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경남 진해, 신동규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경남 거제 출신이다.

능력이 있어 뽑고 보니 같은 지역이었다는 반발이 나올 수도 있으나 금융권에선 TK와 PK 출신이 아니면 금융권에서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정설처럼 떠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010년 신한사태 당시 정치권에서 전남 출신인 신상훈 사장에게 신한금융회장 자리를 내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신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전북 군산 출신으로 군산상고를 졸업했다.

이 때문에 KB금융 회장 자리에 비PK·TK 출신 인물이 오긴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사들 출신 지역을 보면,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과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은 대구,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은 경북 상주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특정지역 인사를 앉히겠다는 것은 결국 정권과 친분이 있는 인사를 통해 KB를 관치하에 두겠다는 얘기”라며 “정부가 이런 식으로 금융권을 장악하려 들어선 안 된다”고 비난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