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일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 돼가는 한국경제

입력 2014-10-02 03:50
한국경제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최대 수출시장이었던 중국은 자본력과 첨단 기술로 무장해 역으로 안방을 위협하고 있고, 일본 기업들은 엔저 프로펠러를 달고 훨훨 날고 있다. 1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당 엔화환율은 장중 110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110엔을 넘어선 것은 2008년 8월 이후 6년1개월 만이다. 원·엔 환율은 2년 새 30% 넘게 급락해 100엔당 950∼960원대를 기록 중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엔 원·엔 환율이 8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엔화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것은 일본 아베정부가 돈 풀기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출 상위 100대 품목 중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과 겹치는 것은 55개나 된다. 이들 품목 수출이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달한다. 당장 주력 수출상품인 전자, 자동차, 철강제품 등은 일본 제품과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고전하면서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수익이 줄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도 버거운데 제조업을 넘어 첨단IT·금융 분야까지 중국 기업들의 역습이 거세지고 있다.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삼성전자의 반값에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위협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 수출이 급격히 줄었던 것을 감안하면 방심할 상황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아베노믹스의 일본이 계속 돈 풀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수입이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로 원화 상승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환율이 이대로 간다면 내년 성장률은 4%대는 고사하고 3%대도 위협받을 수 있다.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와 통화 당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통해 원화가치를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봐야 한다. 비정상적으로 늘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하는 적절한 카드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경상수지는 464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연간 흑자 규모가 지난해 799억 달러에 이어 올해 84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일본의 기계류나 장치, 공장설비 등을 국내로 들여와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환리스크 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출·중소기업에 대해 정책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등 엔저 대책을 준비 중이다. 외환시장의 직접 개입은 어렵더라도 적절한 미세조정이 필요하며 내수를 살릴 수 있는 강력한 진작책도 함께 나와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대일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환위험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중·일 협공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력과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