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세트까지 그대로 ‘중국판 개콘’… ‘별 상속자들’ 이은 표절 완결판

입력 2014-10-02 03:43
KBS 2TV ‘개그콘서트’ 방송 화면(왼쪽)과 중국 강소위성TV ‘이치 라이 샤오바’ 방송화면. ‘시청률의 제왕’이라는 코너 제목은 물론 대사와 무대까지 똑같이 연출됐다. 유튜브·소후닷컴 캡처

[친절한 쿡기자] 스스로를 ‘시청률의 제왕’이라고 부르던 박 대표(박성광 분)가 중국으로 건너간 걸까요?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의 인기 코너가 중국에 등장했습니다.

KBS는 1일 “중국 강소위성TV가 개콘 ‘시청률의 제왕’을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했습니다. ‘시청률의 제왕’은 오로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막장 드라마를 제작하는 방송 현실을 풍자한 코미디입니다. 1년이 넘게 꾸준히 사랑받다 지난 7월 종영했죠. 말도 안 되는 드라마를 연출하며 “시청률은 돈이야!”를 외치던 박 대표가 아직도 생생하네요.

KBS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치 라오 샤오바’입니다. 개콘처럼 방청객을 앞에 두고 코미디를 선보이는 공개 프로그램입니다. KBS는 “지난달 29일 ‘이치 라오 샤오바’에서 처음 방송된 ‘시청률의 제왕’이 개콘의 동명 코너와 제목, 세트, 대본까지 똑같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체 얼마나 비슷했던 걸까요? 중국 포털사이트 소후닷컴에 올라온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누가 봐도 ‘대놓고 표절’입니다. 박 대표 뒤로 보이는 실시간 시청률 그래프도 깨알같이 따라했더군요.

강소위성TV는 ‘렛 잇 비(Let it be)’ ‘댄수다’ ‘안 생겨요’ 등 개콘의 다른 코너도 한 달 전 녹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BS는 이미 동방위성TV와 중국판 개콘을 공동제작하기로 계약한 상황입니다. 강소위성TV 때문에 동방위성TV도 덩달아 난감해졌죠. KBS는 중국 규제당국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과 강소위성TV에 강력히 항의할 계획입니다.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은 더 이상 짝퉁의 대명사가 아닙니다. 샤오미, 화웨이, 바이두, 텐센트 등은 이름만 들어도 중국의 파워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를 중국에서 표절하는 일은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엔 ‘별에서 온 상속자들’이란 온라인 영화가 등장해 국내 네티즌들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죠.

한국저작권위원회 조사결과 2012∼2013년 중국 온라인에서 한국 영화가 불법적으로 이용된 비율은 41%에 달했습니다. 음악의 경우는 무려 88%였습니다.

중국에서 우리나라 콘텐츠가 사랑받는 건 기분 좋은 일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게 독자적인 콘텐츠니까요. 하지만 불법 유통을 넘어 정식 수출된 프로그램까지 버젓이 베끼는 상황은 문제가 있습니다. 개콘의 ‘숨은 표절 찾기’ 코너를 다시 부활시켜야 하는 건 아닐까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