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혁명’ ‘파이어챗 확산’ 등으로 숱한 화제를 낳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에 또 다시 새로운 모습이 포착됐다.
영국 BBC 방송은 30일(현지시간) 이른바 ‘홍콩 스타일’이란 제목으로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포착된 이색 풍경을 전했다.
시위대를 취재하던 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리처드 프로스트 기자는 선봉에 선 학생들이 차분히 거리에 앉아 숙제를 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BBC는 “최근 몇 년 가운데 가장 큰 시위 속에서도 학생들은 평정을 잃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산 혁명’의 주역이라 불리는 조슈아 웡을 비롯해 수많은 중·고등학생이 홍콩 민주화 시위에 가세했다.
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분무기를 들고 다니며 시원한 방향제를 뿌려주는 ‘스프레이 부대’도 나왔다.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 속에서 이들은 서로의 땀을 식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시위로 인해 폐쇄된 기차역과 거리 곳곳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문이 붙어 있는 장면도 화제다. BBC는 현지 주민을 인용해 “온화하고 점잖은 홍콩 사람들의 성격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 폭우 속에서 수만 명이 뒤엉켜 있는 와중에도 시위대는 분리수거를 하며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민주인사들과 지식인들도 홍콩 시위를 응원하고 나섰다. 가택연금 중인 베이징의 유명 인권 활동가 후자는 “수백만의 홍콩 시민이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요구 시위를 지지한 데 대한 보답으로 이번에는 대륙의 인민들이 홍콩 시위를 공개 지지해야 한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인권 변호사 텅비야오도 트위터를 통해 중국 각지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민주인사들의 삭발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정보 통제에 나섰지만 수많은 지식인들이 인터넷 우회 접속 등으로 홍콩 시위 소식을 접하고 SNS로 확산시키고 있다고 VOA는 덧붙였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땀 식혀주려 스프레이 뿌려주고 차분히 숙제하고… ‘홍콩 스타일’ 시위 풍경
입력 2014-10-02 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