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전세(戰勢)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서 시리아 난민만 점점 더 고통스러워지고 있다. 최근 수일 동안에 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피해 시리아를 탈출한 민간인이 1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1100만명 이상이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추산됐다.
발레리 아모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국장은 3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개최한 시리아 사태 회의에 출석해 “최근 IS가 시리아 알레포 북부 지역으로 진격하면서 며칠 새 시리아 민간인 16만명이 IS를 피해 터키 쪽으로 탈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라고 아모스 국장은 설명했다.
그는 “탈출 루트에 지뢰가 잔뜩 매설된 지역이 많지만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에 행렬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며칠 사이에 더 늘어나 20만명 이상이 탈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수년간 지속돼 온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있었던 탈출 가운데 최대 규모의 단기 엑소더스다. 4년간 내전에 시달려온 시리아는 지금까지 모두 300만명 이상이 나라를 등졌다.
아모스 국장은 “지금은 탈출할 만한 여건이 되는 사람들만 떠나고 있고 탈출조차 못하는 사람도 수두룩하다”며 “현재 시리아 내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만 1100만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미국을 주축으로 한 국제연합전선의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및 시리아 온건 반군의 피해도 적지 않다. 미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현재 미군과 시리아 온건 반군의 공조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지난주 공습 중 폭탄이 온건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 사령부에서 200m 떨어진 건물에 투하돼 적지 않은 FSA 소속 병사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후삼 알마리에 FSA 대변인은 “우리와 미군이 전혀 공조하지 않은 탓에 우리 본부 코앞에 폭탄이 떨어지고 있고 미군은 사람도 없는 IS의 빈 건물에 폭탄을 날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민간인들과 함께 거주하는 알누스라 전선을 공격하면 민간인 사상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까지 공습은 IS에 아무런 해를 입히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부실한 공조 속에서도 공습 횟수는 계속 늘어나 29∼30일 이틀 동안에만 24차례 단행됐다. 영국도 처음으로 전투기 2대를 동원해 이라크 지역의 IS를 공습했다.
공습에 힘입어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군사조직인 페쉬메르가는 IS가 장악한 시리아 접경마을 라비아를 탈환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라비아는 IS가 야지디족을 학살했던 신자르와도 연결되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라크 제2도시 모술에서 북서쪽으로 10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로이터 통신은 라비아 수복이 미군의 시리아 내 IS 공습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IS發 엑소더스 현실화… 민간인 16만명 탈출
입력 2014-10-02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