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서 은메달리스트로.’
박칠성(32·삼성전자)이 지옥의 레이스 남자 50㎞ 경보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칠성은 1일 인천 송도센트럴파크에서 열린 경기에서 3시간49분15초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 육상이 아시안게임 남자 50㎞ 경보에서 메달을 따낸 건 처음이다.
40㎞지점까지 3위를 달리던 박칠성은 45㎞ 지점 근처에서 당시까지 2위를 기록 중이던 야마자키 유키(일본)을 제치며 역전극을 연출했다.
박칠성은 뒤늦게 꽃을 피운 대기만성형 스타일이다. 그에게는 항상 ‘꼴찌’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첫 메이저대회였던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20㎞ 경보에서 1시간32분41초로 레이스를 완주한 41명의 선수 중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당시 미국 스포츠 전문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무더위 속에서 끝까지 완주한 아름다운 꼴찌”라고 박칠성을 소개했다.
‘꼴찌’라는 말은 박칠성에게 두고두고 한이 됐다. 이를 악물고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50㎞ 경보에서 3시간47분13초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7위에 올라 ‘톱 10 진입’에 성공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3시간45분55초라는 한국 신기록을 갱신하며 13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박칠성은 안방에서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절치부심했다. 2013년 5월 발등을 다치자 그해 8월 열린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대신 박칠성은 부상을 치료하며 인천아시안게임을 목표로 꾸준히 구슬땀을 흘렸다.
박칠성은 “36㎞ 지점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쓰러지더라도 가 보자는 마음과 한 명만 더 잡자는 마음으로 정신력으로 버텼다”며 “한국 육상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부상을 이기고 재기하려 노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인천아시안게임] 2004년 꼴찌 → 2014년 은메달리스트
입력 2014-10-02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