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협상 타결] 대화·타협 기능 복원시킨 정의화 ‘기다림의 정치’

입력 2014-10-01 05:59
극단적인 국회 파행을 피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기다림의 정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여야 간 지루한 대치 국면을 결국 봉합하고 국회 본연의 입법 기능을 복원시켰다는 의미에서다.

정 의장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여야 간 공방의 한가운데서 중심을 잃지 않았다. 특히 친정인 새누리당에서는 되레 야당에 치우쳤다는 불만이 거셌다. 여당 지도부가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라고 압박했음에도 ‘반쪽 국회 불가’ 원칙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여당 단독 국회를 열어 야당 심기를 건드리면 나머지 정기국회 일정 전체가 파행될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 “차라리 가만있어라” “자기 정치를 하려 한다”는 등 노골적 비난도 쏟아졌다. 의사 출신인 정 의장은 지난 15일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받자 “에볼라 바이러스가 심각하다고 테스트도 완료하지 않은 극약을 쓰면 부작용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야당을 설득하는 게 안정적인 처방이라고도 했다.

지난 26일 야당 측 요구로 9분 만에 본회의 산회를 선포한 뒤에는 여당 의원들이 ‘사퇴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일부 여당 의원은 ‘양치기 소년’이라 비난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30일 본회의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40여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등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 시간을 야당 의총을 감안해 연기해주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자 “여야가 합의정신을 살려 국회를 원만하게 이끌어 나가는 게 의장의 책무”라고 훈계했다. 또 “야당이 술책으로 본회의를 원만하게 끌고 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국민과 약속한 대로 90개 법안을 무조건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극적 타결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와 타협, 합의의 정신에 입각해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제 믿음에 여러분이 함께해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언급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타결에 한몫했다. 문 위원장은 의회주의자를 자처하며 협상 폭을 넓혔고, 김 대표는 “상대 당 존중 풍토가 조성되길 바란다”며 대화의 문을 열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