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남북 축구, 36년 만에 금메달 놓고 한판 승부

입력 2014-10-01 05:25

남자 축구에서 ‘남북대결’이라는 빅 매치가 성사됐다.

30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태국의 남자 축구 준결승전. 한국은 이종호의 결승골을 앞세워 2대 0으로 이겼다. 28년 만의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은 이라크를 꺾고 결승에 선착한 북한과 2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한국과 북한이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맞붙는 것은 36년 만이다.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당시 한국과 북한은 120분 연장 혈투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이광종 감독은 이날 이용재를 최전방 공격수로 내보냈다. 오른쪽 정강이를 다쳐 회복 중인 장신 공격수 김신욱(196㎝)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섀도 스트라이커로는 김승대가 출격했고, 좌우 측면에는 이재성과 이종호가 포진했다. 박주호와 손준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원을 지켰다. 임창우-김민혁-장현수-김진수는 포백라인을 형성했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태국은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선수들의 평균 신장이 170㎝가 조금 넘는 태국은 제공권 싸움에서 밀렸고, 조직력도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한국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주도권을 틀어쥐었다. 태국 문전을 위협하던 한국은 전반 8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았다. 이종호가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골키퍼와 1대 1 상황을 맞은 것. 그러나 이종호의 오른발 슈팅은 골키퍼에게 막혔다. 잉글랜드식 축구를 하는 태국은 수비에 치중하며 긴 패스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려고 했다. 간간이 시도한 돌파는 날카롭긴 했지만 한국의 수비벽을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의 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했던 순간 해결사 노릇을 한 선수는 이종호였다. 전반 41분 문전에 있던 이종호는 오른쪽에서 크로스가 올라오자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골은 왼쪽 골대를 맞힌 뒤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추가골은 4분 후에 나왔다. 임창우가 상대 페널티지역에서 반칙을 당했고, 키커로 나선 장현수가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장현수는 일본과의 8강전에서도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뽑아낸 바 있다.

경기 흐름은 한국 쪽으로 완전히 넘어왔다. 조급해진 태국은 유기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공을 앞으로 보내기에 급급했다. 태국은 후반 10분도 되지 않아 교체 카드 3장을 모두 사용했다. 공격수를 보강해 만회골을 뽑아내려는 계산이었다.

한국은 후반 중반 승리를 자신한 듯 공격의 고삐를 늦췄다. 그러자 태국이 거센 반격에 나섰다. 경기 종료 12분 전 태국은 잇따라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 김승규의 슈퍼 세이브가 없었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광종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선수들에게 집중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후 한국 선수들은 흐트러진 전열을 정비해 위험한 상황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한편 북한은 이날 앞서 열린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이라크를 1대 0으로 꺾고 결승에 선착했다. 연장 전반 5분 정일관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왼발로 차 넣어 결승골을 기록했다. 정일관은 지난 28일 치른 아랍에미리트(UAE)와의 8강전에서도 후반 추가 시간에 골을 터뜨려 북한의 1대 0 승리를 이끈 선수다. 북한이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에 오른 것은 1990년 베이징대회 이후 24년 만이다. 당시 북한은 이란과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했다.

인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