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산인가.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완전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우산 혁명(Umbrella Revolution)’으로 부각되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해시태그(키워드)’가 만들어졌고, 각양각색의 로고도 등장하고 있다.
경찰의 강경 진압에 맞서 시민들이 앞세우는 게 고작 우산뿐이기에 평화 시위의 상징으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선 2003년 대선 부정선거에 항의해 시민들이 장미를 들고 대규모 시위를 벌인 데서 이름 붙여진 조지아의 ‘장미 혁명’에 비유하기도 한다.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 주도로 시위가 진행되고 있지만 우산 혁명으로 불리는 데는 외신과 익명의 네티즌들이 그리 이름을 붙이면서 확산된 측면이 크다. 영국 BBC방송은 30일(현지시간) “경찰과 대치 중인 시위대가 일제히 우산을 앞으로 펴고 있는 사진이 SNS에 계속 올라오면서 누군가 우산 혁명으로 부르기 시작한 게 발단이 됐다”고 전했다. 또 최루가스 한가운데 한 남성이 우산을 들고 있는 사진은 ‘우산을 든 남자(Umbrella Man)’로 불리며 경찰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데 일조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탱크 앞을 막고 섰던 한 남자의 사진과 비교되며 화제를 낳았다.
홍콩 시민들이 이처럼 우산으로 항의 표시를 하게 된 것은 홍콩 날씨에 기인한다. 9월에도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 정도로 무덥다 보니 강한 햇볕을 피하려고 대다수 시민들이 외출 때 우산을 챙긴다. BBC는 “이맘때 늘 지니고 있는 게 우산인 데다 경찰의 최루가스를 막는 데 효과를 보면서 여름철 액세서리가 순식간에 ‘항거의 상징’으로 돌변했다”고 전했다.
우산에 이어 옷깃에 노란 리본을 다는 시위 인파도 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한국의 노란 리본을 본뜬 듯 똑같다. 노란 리본은 주로 기다림의 징표로 통한다.
시위대는 이날 사흘째 비폭력 도심 시위를 이어갔다. 오전만 해도 인원이 많지 않았지만 업무가 끝나는 오후가 되자 ‘넥타이 부대’ 등 수천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쏟아져나와 정부청사 부근 도로를 점령했다. 중국 국경일 휴일(10월 1일)을 하루 앞두고 있어 시위 참가자가 급격히 불어났다. 이들은 휴대전화 조명을 흔들며 비폭력 시위로 밤새 도심을 밝혔다. 반면 평소 네온사인으로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 지역은 불이 꺼진 채 적막감이 감돌았다. 시위대는 홍콩 당국에 10월 1일까지 대안을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당국의 별다른 발표가 없을 경우 1일 대규모 인파가 다시금 시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우산 혁명’… 홍콩 평화시위 상징으로
입력 2014-10-01 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