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법 늦었지만 다행”

입력 2014-10-01 04:28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을 향해 강도 높게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동희 기자

청와대는 30일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극적으로 합의되자 일단 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내고 “늦었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민생법안들이 잘 처리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야당이) 국회에 들어오게 돼 다행”이라며 “세월호 특별법도 잘 처리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정신을 토대로 향후 정기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여야의 후속 협의를 예의주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구상을 힘 있게 뒷받침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대통령은 국회 장기 공전 상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여야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고 거의 2년 동안 정치권의 장외정치와 반목정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의 장기 대치국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특히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국정 발목잡기’를 강력 비판한 발언이다. 또 “정치인 모두가 국민을 위해 모든 걸 걸겠다고 약속한 것을 국민은 잊지 않고 있다”며 “그 약속과 맹세는 어디로 가고 (정치권이) 모든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다시 한번 야당을 겨냥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낸 것은 지난 16일 국무회의 이후 2주 만이다. 다만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극적으로 합의한 만큼, 대통령의 정치권 성토는 자연스레 완급이 조절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정식 서명과 관련해 “캐나다 측에서 ‘이렇게 힘들게 서명하지만 한국 국회에서 언제 비준이 될지 우려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 국회를 걱정할 정도로 국회 상황이 국제사회에 전부 알려져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지난 3월 핵안보정상회의 때도 2년 전 서울에서 국제사회에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연설할 때의 그 공허하고 착잡한 마음을 잊을 수 없었다”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핵테러억제협약 등의 국회 비준을 약속했는데 정작 관련 국내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던 사례를 지적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이례적으로 자신에 대한 북측의 실명 비난을 국무회의 석상에서 언급했다. “북한이 연일 저의 실명을 거론하며 맹비난을 거듭하는 것은 그만큼 인권 문제가 아프고 가슴을 찌르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북한 반발이 두려워 이 문제들에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