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의 대응을 놓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힘든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홍콩 시민들의 요구를 들어주느냐 아니면 강경 진압을 하느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둘 다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데 시 주석의 고민이 있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홍콩 시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홍콩에서 법질서와 사회 안녕을 깨뜨리는 위법행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만 밝혔다.
중국이 2017년 행정장관 보통선거의 완전 민주화 요구를 수용한다면 대만이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신장위구르 및 티베트 지역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 주석은 최근 대만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며 중국과 대만의 통일 방법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방식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국양제는 중국의 홍콩 통합 원칙이기도 하다. 홍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다면 중국의 통일 구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벌써부터 “중국은 홍콩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평화적으로 시위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카오대 천딩딩 교수는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 지도부는 홍콩 시위가 자칫 중국 내 불만 세력들이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도록 자극하면서 공산당 일당독재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천안문 사태 때처럼 무력 진압도 거론되고 있다. 크리스퍼 헉스 런던정경대 교수는 이번 시위가 천안문 사태의 재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홍콩에 탱크를 보내기로 결심한다면 누가 막겠느냐”며 “경제 신뢰도나 국제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력 사용은 중국 지도부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은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무력 진압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상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홍콩 주민에게 민주적 미래를 보장하기로 중국과 합의했다”며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심각히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과 중국의 지도부가 시위대에 대한 발포안을 만들어 시 주석에게 보고했지만 시 주석이 이를 무시했다는 중화권 매체 보쉰의 보도도 나왔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천안문 사태 때와 달리 현재 중국은 무력 진압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홍콩 시위 진압이냐… 타협이냐… 시진핑의 딜레마
입력 2014-10-01 04:35 수정 2014-10-01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