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과의 끈질긴 물밑 협상을 통해 대이란 제재로 묶여있던 우리 기업의 해외계좌 동결해제를 이끌어냈다. 우리 기업엔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피해 구제 효과가 있었지만 국제사회에서 미국 입장은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미국 등 서방 선진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결렬될 것을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피해 중소기업엔 단비, 난처한 미국=이란 제재가 시작된 2010년 9월 이후 우리기업과 이란의 무역거래 대금결제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개설된 원화결제 계좌에서 이뤄지고 있다. 또 2011년부터는 한국은행으로부터 사전에 신고나 허가를 받아야 이란과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제재 초기 이를 몰랐던 일부 기업은 외국계 은행의 달러결제 계좌를 통해 이란과 무역 대금을 주고받았다.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모든 달러결제가 미국 당국의 승인 아래 이뤄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신고 없이 이뤄진 이들 거래를 불법으로 보고 동결(지급정지) 조치를 취하면서 우리 기업의 피해가 속출했다. 정부는 이후 꾸준히 미국 측에 해당 거래가 대이란 제재 시행 이전에 수출한 물품의 대금이라는 점 등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미국은 한·미 우호관계를 고려해 우리 정부가 요구한 4700억원 중 1400억원을 정상적인 거래로 인정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대이란 제재 국제 공조 측면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일 소지가 다분하다. 미국이 이란의 핵개발을 막겠다고 서방국가에 제재 동참 및 단결을 호소하면서 뒤로는 제재에 동참한 특정 국가에 특혜성 예외를 둔 셈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이란과 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동결조치한 제삼국 금융기관과 기업의 동결계좌가 해제된 사실이 확인된 적은 없었다. 지난해 11월 대이란 제재 완화조치로 이란의 해외동결 자산 42억 달러가 해제조치돼 이란이 이 금액을 전달받게 됐지만 제재를 어긴 제삼국 기업과 금융기관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 대이란 제재 강화 대비책 마련=미국 등 서방국과 이란은 다음달 24일까지 지난해 11월 잠정 합의한 핵 협상을 최종 타결해야 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측불허인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30일 “타결될 것이라고 장담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협상이 결렬되면 미국이 현재 일부 품목에 한해 한시적으로 허용한 이란과의 무역 거래를 전면 폐쇄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 경우 국내 기업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 미리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석유 수입이 중단될 것에 대비해 대체 국가를 살펴보고 있고, 새로 이란과 거래를 시작하려는 기업에 대해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도 준비하고 있다. 물론 극적으로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타결돼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가 풀릴 경우를 대비해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이란 재진출 지원 방안도 준비 중이다.
세종=이성규 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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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이란 제재 동결계좌 해제] 제3국 계좌 중 한국기업 첫 해제… ‘형평성’ 논란 일 듯
입력 2014-10-01 0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