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꽉 막힌 세월호 정국에 숨통이 트였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30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참사 이후 계속돼온 국정의 비정상이 비로소 정상을 되찾았다. 국회도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계류 중인 안건을 처리해 ‘불임국회’라는 오명을 벗었다. 사고 발생 167일이 지난 이제야 온 국민을 슬픔과 비탄에 빠뜨린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첫발을 뗀 것은 한참 늦었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이 여야 합의대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특별검사가 임명되는 등 진상규명 작업이 차질 없이 이행된다면 그동안 허송한 시간을 벌충할 수 있다고 본다.
합의에 이르기까지 고비가 적지 않았다. 여야 원내대표와 세월호가족대책위원장이 참여한 3자 협상이 중단되고, 본회의가 연기되는 진통을 겪었다. 특검 추천권을 둘러싸고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유족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한때 절망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으나 여야가 대화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고 대타협을 이뤄냈다. 서로를 갈라놓았던 불신의 벽을 뛰어넘어 상호 신뢰를 회복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을 움직이게 한 원동력은 ‘더 이상 국회 파행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성난 민심이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비록 여야가 본회의 안건 처리에 이어 오는 7일부터 21일간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등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모든 장애물이 제거된 게 아니다. 특히 여야가 최대 쟁점인 특검 추천 주체와 관련해 세월호 유족 참여 여부를 매끄럽게 매듭짓지 못하고 추후 논의하기로 얼버무려 불씨를 남겼다. ‘미완(未完)의 정상화’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족 입장에선 자신들 요구가 100% 반영되지 않아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3차 합의안마저 거부할 경우 세월호 협상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번 합의가 여야와 유족 3자의 최대공약수이기 때문이다. 유족들도 대승적 차원에서 매듭을 푸는 데 흔쾌히 동참해야 소원해진 국민 마음을 되돌릴 수 있고, 특검 추천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다. 국민들도 응원할 것이다.
치유해야 할 상처가 너무 크고 깊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적 총의는 사라지고 서로를 적대하는 진영논리에 매몰돼 사분오열의 대한민국이 됐다. 한날한시 같은 장소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세월호 유족들마저 둘로 나뉘었다. 아픔을 치유하는 사랑이 있어야 할 자리엔 증오가 똬리를 틀었다.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한 탓이다. 지금 가장 절실한 건 갈라진 마음을 하나로 묶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화합과 치유의 리더십이다.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정부조직법, 유병언법으로 불리는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등 세월호 후속조치를 10월 말까지 매듭짓겠다는 약속을 지킬 때 화합과 치유가 가능하다. 결코 평탄한 길은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사설] 국회 정상화 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입력 2014-10-01 0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