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늦깎이 대표 이나영 3관왕 스트라이크

입력 2014-10-01 04:03 수정 2014-10-01 15:09
이나영이 30일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인천아시안게임 볼링 여자 5인조 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굴리고 있다. 이나영은 개인전과 2·3·5인조 경기 합산 성적 1위에 올라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다.연합뉴스

한국 여자 볼링의 이나영(28)이 한국 대표팀의 첫 3관왕에 오르며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한국 남자 볼링도 5인조와 개인종합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수확하며 금빛 스트라이크 행진을 이어갔다.

이나영은 30일 경기도 안양의 호계체육관 볼링장에서 열린 여자 5인조 전 경기 결과, 개인전과 2·3인조 합계에서 5132점을 기록하며 개인종합 부분 금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2·3인 조에서 손연희 등과 금메달을 합작한 데 이어 개인종합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3번째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이로써 한국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 김수경, 2006 도하아시안게임 최진아,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황선옥(류서연으로 개명)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 4회 연속 여자 개인종합 우승자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나영의 선수 생활은 빛나는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볼링에 뛰어들었지만 선수 생활의 대부분은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국내 대회에서 몇 번의 입상 경력을 제외하면 20대 중반이 되도록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된 이후 이번 아시안게임이 그녀의 국제 대회 두 번째 출전이었다.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했다. 2009년 그녀는 선수생활을 관두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했다. 이나영은 ”그 말을 하고 얼마 뒤 아버지가 근무하시다 사고를 당했다”며 “내가 선수 생활을 포기하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볼링공을 잡았지만 이번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던 지난해 여름, 무릎 근육과 연골이 찢어지며 또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이나영은 “지금은 많이 회복됐다”고 표현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 중간에 압박 붕대를 감아가며 시합에 나서야 했다.

그런 이나영을 지탱해준 것은 끈기와 부모님의 격려였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중간 중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언젠가는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계속 했다”며 “부모님도 잘될 거라고 계속 격려해주셔서 많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노 골드’에 그칠 뻔했던 남자 볼링도 뒤이어 열린 5인조에서 6게임 합계 6228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하며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대표팀 막내 박종우(23)는 개인종합까지 석권하며 2관왕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남자 개인종합 정상에 오른 것은 박종우가 처음이다.

박종우의 선수 생활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2년 손목 골절로 선수 생활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여러 차례 수술과 고된 재활 훈련을 이겨낸 끝에 결국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한꺼번에 2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는 기쁨을 맛봤다.

함께 출전한 한국 남자볼링의 ‘간판’ 최복음도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3관왕에 이어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다. 볼링 금메달 4개 중 3개를 휩쓴 한국은 이번 대회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동메달 5개를 따내며 ‘금메달 폭풍’이 몰아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 수준의 성적을 거뒀다.

인천=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