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정구 남녀 단식 金 스매싱

입력 2014-10-01 04:10
한국 정구대표팀의 김보미(왼쪽)와 김형준이 30일 인천 열우물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정구 남녀 단식을 제패한 후 금메달을 문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인기 종목이지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온 한국 정구가 남녀 단식을 석권했다.

김형준(24·이천시청)과 김보미(24·안성시청)는 30일 인천 부평구 열우물테니스장에서 열린 정구 남녀 단식 결승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따냈다. 순조롭게 세대교체 중인 한국 정구는 목표로 잡은 금메달 5개를 넘어 전 종목 석권의 꿈에 부풀었다.

김형준은 남자 단식 결승에서 쿠스다랸토 에디(인도네시아)를 4대 0으로 꺾었다. 준결승에서 대표팀 선배이자 남자 정구 간판인 김동훈(25·문경시청)을 타이브레이크 혈전 끝에 물리친 김형준은 결승에서 완승을 거두고 한국 남자 정구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농업에 종사하는 부모님 밑에서 1남5녀의 막내로 태어난 김형준은 10세 때 선생님의 권유로 라켓을 잡았다. 중·고교 시절 꾸준히 입상권에 들며 가능성을 보인 김형준은 강원대를 거쳐 이천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해 왔다. 그러나 김동훈, 김범준 등에 밀려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실업연맹전에서 허용운과 복식 우승을 합작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상승세를 탄 김형준은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 단식에서 1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특히 이날 경기에는 김형준의 가족이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다. 강원 평창에 있던 부모님은 물론 누나, 매형, 조카, 고모, 이모 등 가족만 20명 가까이가 경기장을 찾았다. 김형준은 경기가 끝난 뒤 “처음 경기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 줬는데 좋은 선물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보미는 여자단식 결승에서 천후이(중국)를 4대 1로 꺾고 정상에 섰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생님의 권유로 정구 선수의 길로 들어선 김보미는 2012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2년 차이니즈컵 국제대회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2013년 국무총리기 대회에선 단식 2연패에 성공했다.

김보미는 올해 4월 치러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고 대표팀 자체평가전까지 거쳐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게 됐다. 4강에서 한국 여자 정구 간판인 김애경(27·NH농협은행)을 누른 김보미는 “언니 몫까지 하겠다는 각오로 결승에 나갔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부모님이 많이 격려해 주셨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형준은 올해, 김보미는 지난해에 태극마크를 처음 단 국제무대 신예다. 장한섭 한국 여자 정구 대표팀 감독은 “김보미는 그간 김애경에게 2인자로 밀린 선수”라며 “애경이가 은퇴해도 우리 정구가 살아남으려면 세대교체가 돼야 한다. 김보미가 우승하면서 세대교체 희망이 생겼다”고 기뻐했다. 남자 대표팀을 지휘하는 주인식 감독은 “김형준은 앞으로 한국 남자 단식의 중심에 설 선수”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인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