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對이란 제재로 묶였던 우리 기업 돈 4700억원 중 1400억원 돌려받았다

입력 2014-10-01 04:01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 이후 불법 계좌로 분류돼 지급정지 상태였던 우리 기업 자산 중 일부가 해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미국이 이란과 불법 거래를 한 제삼국의 기업과 금융기관 계좌를 동결하는 제재 조치를 취한 이후 제삼국 동결 계좌 해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협조 아래 국내 기업은 혜택을 입었지만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유럽연합(EU) 등 서방국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30일 외환 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년여간 미국과의 물밑 협의를 통해 이란의 금융·무역 제재로 인해 국내 기업이 이란으로부터 받지 못하던 수출과 투자대금 중 1400억원을 돌려받았다. 정부는 우리 기업의 관련 해외 동결 자산 중 4700억원을 해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여 왔다. 정부는 이 중 3분의 1가량인 1400억원 상당의 동결 계좌 해제에 성공한 뒤 이를 해당 기업에 즉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돈은 엄밀히 말하면 이란 제재 시작 이후 우리 기업들이 한국은행에 신고하지 않고 투자 및 무역거래를 한 불법 자금”이라며 “정부가 동결된 이 자금을 풀어줄 의무는 없지만 대이란 제재로 피해를 보는 기업을 위한다는 차원에서 미국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피해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2011년 1월 대이란 금융거래 사전허가제가 실시된 초기에 이를 제대로 몰라 외환 당국의 허가 없이 이란 측과 달러를 통한 거래를 하다 미국의 금융제재 감시망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대이란 제재 동참으로 독일 등 EU 회원국들은 수년째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만 불법 동결 계좌를 비공식적으로 해제해 준 사실이 알려질 경우 EU 회원국을 중심으로 미국이 대이란 제재 국제 공조의 원칙을 스스로 깼다는 비난이 일 전망이다.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사안이 국제적으로 알려지면 대이란 제재의 국제 공조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이용상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