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향상·홍보 힘쏟겠다”… 뒤늦게 철든 현대차노조

입력 2014-10-01 04:51
현대자동차 노사가 29일 타결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서 품질 향상과 내수시장 홍보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연비 논란과 수입차 공세 등으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노조도 경각심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지나치게 뒤늦게 인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는 30일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공개하면서 ‘노사 미래발전전략’을 소개했다. 품질 향상을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세미나를 실시하고 기존의 친환경차 노사공동연구위 활동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노사는 내수시장에서 차를 더 많이 팔기 위해 함께 홍보활동을 실시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그동안 판매는 나몰라라했던 노조가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한 점이 눈길을 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까지 임금만이 쟁점이던 교섭 관행에서 벗어났다”며 “현대차 노사관계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자평했다.

노사가 임협 잠정안에 품질 향상을 넣게 된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여러 논란이 불거지면서 ‘안티 현대차’ 세력이 점차 늘고 있다. 수입차 판매 확대로 내수시장 점유율도 70% 아래를 향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는 환율 요인 등이 겹치면서 경쟁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경량화·고연비 분야에서 글로벌 업체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현대차 노조가 이대로 가다간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실천으로 옮겨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약속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전날 임금 9만8000원 인상, 성과금 300% 500만원, 품질목표 달성 격려금 150%, 사업목표 달성 장려금 37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만 60세 정년 보장 등에 합의했다. 협상의 최대 쟁점이던 통상임금 문제는 결론을 늦추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노사는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신설해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위원회에서 도출하는 결론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