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부동산 대책 한달… 거래 늘고 매매가 뛰고, 서울 집값 상승률 연중 최고

입력 2014-10-01 03:37



지난 1일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한 달간 전국의 부동산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크게 오르고 거래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양시장에는 9∼10월을 합쳐 최근 7년 새 가장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 부양 정책과 가을 이사 성수기라는 계절적 요인이 맞물려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는 가격 거품과 공급 과잉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일단 사고 보자는 식의 ‘묻지 마’ 투자는 피하라고 조언한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 연중 최고=부동산114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9·1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달 29일 이후 지난 26일까지 4주간 평균 0.4% 오르며 올해 가장 높은 월별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24%였다. 서울 다음으로는 대구가 0.39% 올랐다. 수도권과 신도시의 아파트값도 각각 0.15%, 0.20% 오르며 연중 최고 상승률을 찍었다.

집값 상승을 주도한 건 재건축이 추진 중이거나 9·1대책으로 재건축 연한이 단축된 아파트다. 현재 서울에서 1990년 이전 준공된 일반 아파트는 한 달간 평균 0.95% 상승했다. 91년 이후 지어져 당장 재건축이 쉽지 않은 단지는 0.17%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에서는 양천구의 상승률이 1.15%로 가장 높았다. 수도권을 통틀어 최고 상승률이다. 1980년대 후반 지어진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연한 단축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이들 아파트의 매매가는 9·1대책 발표 직후 3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 이상 올랐다.

양천 다음으로는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많은 강남이 0.67% 올랐다. 양천과 마찬가지로 80년대 후반 준공 단지가 많은 노원은 0.63% 올랐고, 서초(0.58%) 송파(0.45%) 강동(0.41%)이 그 뒤를 이었다. 강남3구가 모두 집값 상승률 상위 5위권에 든 것이다.

◇거래·경매·분양 모두 탄력 붙어=집값 상승과 함께 주택 거래량도 늘고 있다. 29일까지 신고 된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월보다 1167건(17%) 늘어난 7974건으로 3개월 연속 증가세다. 9월 거래량으로는 2008년 이후 가장 많다. 30일 거래량까지 합치면 8000건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 노원의 한 공인중개사는 “종전에는 정부 대책이 나와도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 집값이 오르고 매물이 회수되자 불안감을 느껴 오른 가격에도 집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29일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평균 87.9%로 2009년 9월(90.04%)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24일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의 점포겸용 주택은 첫 입찰에서 감정가의 130%인 101억111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에서 낙찰된 근린주택 중 사상 최고가였다. 이창동 지지옥션 매니저는 “일반 거래시장에서 매물이 회수되고 가격이 오르면서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분양시장도 신도시와 서울 강남 위주로 더욱 붐비고 있다. 위례신도시 위례자이 모델하우스에는 지난 26일부터 3일간 4만여명이 방문했고, 서울 서초구 재건축 단지인 서초 푸르지오 써밋과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 롯데캐슬의 모델하우스에도 같은 기간 각각 2만5000명, 3만여명이 다녀갔다.

신도시 지정 중단으로 기존 신도시와 공공택지 아파트의 몸값이 높아진 데다 연내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가 늘어난 탓이다. 내년부터는 청약제도 개편으로 1순위 가입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10월 일반분양 물량은 9월보다 2만1977가구 늘어난 7만4426가구가 예정돼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 같은 대세 상승기로 접어든 것은 아니라서 과열된 분위기에 예민하게 반영해 조급하게 투자를 결정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