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앞바다 110명 탄 유람선 좌초… 세월호 겪고도 달라진게 없다

입력 2014-10-01 03:32
30일 오전 9시11분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인근 해상에서 유람선 바캉스호가 좌초되자 인근 어선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배가 뒤집히거나 침몰하지 않아 승객 전원을 구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연합뉴스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여객선 안전관리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오전 승객 105명, 승무원 5명 등 총 110명을 태우고 신안 홍도 해상 유람 관광에 나섰던 171t 유람선 바캉스호가 좌초됐다. 이 배는 선령 27년으로 세월호보다 더 낡았다. 주민들이 위험하다며 관계기관에 탄원서를 냈지만 지난 5월 허가를 받아 운항을 시작했다.

홍도 인근 해상에 파도가 높았는데도 무리하게 출항했다. 선장 문모(59)씨는 해경 조사에서 “배가 강한 바람에 밀려 암초에 부딪혔다”고 진술했다.

선장의 운항 미숙 정황도 나타났다. 해경 관계자는 “15일 전 부임한 선장이 수면 밑에 있어 보이지 않은 암초의 존재를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람선에는 성인용 구명조끼 640벌, 어린이용 91벌, 구명환 75개, 25인승 구명 뗏목 4개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사고가 발생하자 승객이 구명조끼를 찾아 입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한 승객은 “구명조끼를 꺼내기도 어려웠고 낡아서 입기가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이 배는 지난 3월부터 한 달가량 선박안전기술공단 사천지부에서 선박 안전검사를 마쳤다. 이후 4월 17일 선박안전법 규정에 따라 운항 적합판정을 받은 뒤 홍도 관광 유람선으로 운항해 왔다. 면허기간은 오는 2023년 4월까지 10년이다. 선령 37년까지 운항할 수 있는 것이다.

당초 104명의 관광객과 5명의 승무원 등 109명이 타고 있었다고 밝혔으나 나중에 110명으로 정정해 승선원 관리도 여전히 허술했다.

다행히 배가 뒤집히거나 침몰하지 않아 인명을 구조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목포해경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접수받은 목포해경 홍도출장소는 홍도항에 정박 중인 유람선 2척과 어선 3척을 사고 해역에 급파해 사고 발생 16분 만에 승선원 전원을 구조했다.

목포해경 상황실도 신고를 접수받은 즉시 유람선 선장과의 무선을 통해 승선원들에게 구명조끼 착용과 침수를 대비해 격문을 폐쇄할 것을 지시했다.

신안=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