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주요 교단 총회 결산] (3) 21세기 찬송가 논란

입력 2014-10-01 04:21
윤두태 한국찬송가공회 공동서기가 지난 24일 광주 겨자씨교회에서 열린 예장합동 제99회 총회에서 ‘21세기 찬송가’의 사용을 잠정 중단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백남선 목사)과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황용대 목사)가 제99회 총회에서 각각 ‘21세기 찬송가 사용 잠정 중단’ ‘21세기 찬송가 사용 중단, 새 찬송가 제작 촉구’ 안건을 통과시킴에 따라 ‘21세기 찬송가’는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교회 연합의 상징, 저작권료 때문에 흔들려=다양한 교파가 있음에도 한국교회는 하나의 찬송가를 사용하며 연합·일치의 정신을 지켜왔다. 그러나 (재)한국찬송가공회가 2006년 21세기 찬송가(사진)를 출시한 이후 관리운영의 문제점, 각종 소송으로 잡음이 생기다 이들 교단의 ‘사용 중단’ 결정이 내려지면서 연합정신마저 흔들리고 있다.

양 교단이 21세기 찬송가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거액의 저작권료, 일부 작곡·작사자의 추태, 편집상의 문제 때문이다. 기장은 “외국 찬송곡 21곡을 사용하는 대가로 매년 억대의 저작권료를 내고 있는데다 한국인 작곡자 일부에 대해서도 수억원의 저작권료를 지불했다”면서 “120여곡의 한국인 작곡·작사자도 저작권료를 청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 사기혐의로 수사 받은 사람의 가사 등이 들어 있고 과거 애창곡 가사 중 1000군데 이상이 달라져 한국교회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예장합동은 “(재)한국찬송가공회는 2012년 5월 충남도에서 법인설립 허가 취소 결정을 받았으며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 취소청구’마저도 기각됐다”면서 “현재도 예장합동의 예장출판사와 (재)한국찬송가공회가 출판권, 출판금지, 법인설립 정당성 등에 대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한국찬송가공회 박노원 총무는 “지난 5년간 소송을 진행해 왔는데 이제 마무리 단계에 와 있으며, 모든 소송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작사·작곡자에 대한) 저작권료가 상당액수이긴 하지만 저쪽 주장처럼 그렇게 많지 않다”고 반박했다.

◇대안은 무엇인가=양 교단이 내놓은 대안은 (재)한국찬송가공회에 합류하지 않은 비법인 ‘한국찬송가공회’를 중심으로 제2의 찬송가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7월 예장통합, 합동, 백석, 대신, 합신, 기감,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침례회, 기독교한국루터회 등 12개 교단장들은 “21세기 찬송가를 포기하고 한국찬송가공회를 통해 새로운 찬송가를 만든다”고 합의했었다.

그러나 그해 예장통합, 합동, 고신 등 주요 교단이 제2의 찬송가를 채택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시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찬송가 교체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교계 분열에 대한 우려감 때문이다. 예장합동이 총회 때 “찬송가 교체에 따르는 비용 및 심리적 부담감을 고려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연구·준비·검증을 철저히 해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보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시중에 출시된 ‘21세기 찬송가’ 추가 구입을 중단하고 제2의 찬송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안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건수 예장출판사 부장은 “제2의 찬송가에는 생존자의 곡을 넣지 말고 신앙전통 계승 차원에서 신앙선배들이 작사·작곡한 곡들, 시편 곡들을 되살려야 한다. 이런 곡들은 한국찬송가공회를 통해 사전에 저작권료 문제를 투명하게 해결하면 된다”면서 “성도들에게 현재 상황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2∼3년 안에 제2의 찬송가 교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현 진삼열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