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김무성 리더십도 상처… 결국 3자회동 중단으로 흠집

입력 2014-10-01 03:58
세월호법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시계 제로인 상황에서 여야와 유가족 3자 회동 이전부터 ‘원내투쟁’ 기조를 밝힌 것이 결국 여당에 백기투항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당내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문 위원장 체제가 ‘식물 비대위’로 전락하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위원장은 30일 오전까지도 세월호법 합의 여부에 따른 당내 논의와는 별도로 국회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9월 말까진 국회를 정상화한다는 지론을 밀고 나가겠다”면서 “오늘 (당내) 의견을 모아 가능한 한 등원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 이런 판국에 정기국회에 안 들어가거나 예산안 심사와 국정감사를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세월호법 협상이 3자 회동 이후 야당이 아닌 여당 반발에 막혀 접점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그의 등원론 주장은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당내 강경파에선 “비대위원장의 ‘묻지마 등원론’이 항복 수준으로 본회의에 참석하는 결과를 야기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해묵은 계파 갈등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조짐도 보였다. 그의 ‘관리형’ 비대위의 역할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따라서 당 쇄신과 전당대회 준비를 주도하려던 문 위원장의 정치적 계산은 한풀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비대위에 주요 계파 수장급 인사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는 만큼 소신에 따른 그의 등원론 행보에 힘이 실렸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세월호 정국을 결국 파국으로 이끈 강경파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사정도 복잡해졌다. 또다시 김무성 대표의 ‘통 튼 정치’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커질 게 뻔하지만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앞서 2차 합의안 원칙론을 제기한 데다 당내 강경파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협상의 여지는 좁고 집권여당으로서 정상적인 국회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책임감은 커져만 가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김 대표는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일경제교실’ 참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어떤 형태로든 (여야)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원총회 뒤에는 여야 대표 간 대화 가능성에 대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