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 에피소드는 사라졌지만 영원한 ‘밀당’의 매력…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입력 2014-10-01 03:31
왼쪽 위·아래는 최진실 박중훈이 주연한 1990년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오른쪽은 조정석 신민아 주연의 2014년작. 필름모멘텀 제공
오는 8일 개봉되는 조정석·신민아 주연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오른쪽 포스터)는 1990년 박중훈·고(故) 최진실 주연 ‘나의 사랑 나의 신부’(왼쪽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2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태도 변하고 사랑 방정식도 많이 달라졌다. 2014년 버전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주인공 영민 역을 연기한 조정석(34)을 통해 두 영화의 관람 포인트를 비교해본다.

◇마초 남편에서 귀요미 오빠로=1990년 영화에서 박중훈(영민)은 출판사에서 일하는 소설가 지망생, 최진실(미영)은 전업주부였다. 반면 조정석은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시인 지망생, 신민아는 미술학원 강사로 맞벌이 부부다. 박중훈은 큰소리 탕탕 치면서도 아내의 잔소리에 쩔쩔 매는 마초적인 캐릭터였다면 조정석은 오빠라 부르는 아내에게 애교를 떠는 ‘귀요미’ 이미지로 변신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박중훈 선배님은 너무 존경하는 배우인데 24년 전과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졌으니 캐릭터도 당연히 다르게 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그는 “애드리브를 하는 장면에서 ‘건축학개론’의 코믹 캐릭터 납득이 이미지를 떠올리는 분도 있겠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현대 도시인의 보통 남자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은근한 밀당은 예나 지금이나=나무 아래 벤치에서 박중훈이 최진실에게 청혼을 제대로 못하고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자 미영이 헤어지자는 말인 줄 알고 토라지는 장면은 조정석·신민아 버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애 태우지만 결국 서로의 마음을 알고 사랑을 확인한 뒤 결혼에 골인하는 대목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 공식의 공통분모가 아닐까.

원래 스물여덟 살에 결혼하려고 했다는 조정석은 “조금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은근히 밀당(밀고 당기는)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저는 연애를 하면 대중의 시선에 대한 부담은 있겠지만 숨어서 하지 않고 대한민국 남자로 내 나라 우리 땅에서 떳떳하게 공개적으로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신혼여행 첫날밤 해프닝은 사라져=신혼여행 첫날밤은 원작 초반부에서 비중 있게 다룬 에피소드다. 박중훈이 콘돔을 사러 약국에 가서 “코, 코, 콘”하다가 약사가 “아∼콘택 600?”하면서 주는 것을 그대로 사온다. 결혼 전까지 키스도 허락하지 않던 최진실은 남편과 한 이불 덮는 것도 무서워한다. 결국 바깥에 세워두고 밤을 지새운다.

2014년 영화에선 신혼여행 에피소드가 사라졌다. 그 대신 신혼 때 쫄쫄이 사각팬티를 입은 조정석이 신민아에게 틈만 나면 대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친구들끼리 비아그라 얘기도 대놓고 한다. 조정석은 “결혼과 동시에 이혼하기도 하는 요즘 세태 때문에 신혼여행 장면을 넣지 않았다고 한다. 사랑 표현도 편지나 쪽지 대신 문자와 카톡으로 바뀐 게 원전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집들이와 질투심 유발 장치는 그대로=90년대 집들이에는 청요리(중국음식)를 빼놓을 수 없다. 요즘엔 스파게티와 피자가 필수다. 24년 전에는 남편 친구들이 아내에게 “제수씨!”하며 놀려댔는데 요즘에는 집들이 자체가 거의 없어졌지만 그 장면은 살렸다. 2014년 영화에서도 신민아에게 노래를 시킨다. 당시의 최진실처럼 신민아도 사양하다 마지못해 노래를 부르며 ‘국제음치’ 수준임을 드러내 폭소를 자아낸다.

최진실을 신경 쓰게 한 여성은 박중훈의 문단 선배인 뿔테 안경 커리어우먼 미스 최(김보연)였다면 신민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여성은 조정석의 ‘불알친구’ 승희(윤정희)다. 질투와 갈등을 겪는 등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부부의 사랑은 익어간다. 조정석은 “사랑을 막 시작한 연인, 갓 결혼하거나 오래된 부부 등 모두에게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공감이 가는 소재가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