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유람선 좌초라니 불안해서 어디 타겠나

입력 2014-10-01 04:40
온 국민이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30일 오전 9시40분쯤 TV와 스마트폰을 통해 ‘신안 홍도 해상서 유람선 좌초…탑승자 전원 구조’라는 뉴스 속보가 떴을 때 국민들은 반신반의했다. 승객 전원이 구조됐다고 잘못 알려졌다가 3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침몰 사고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해서다. 이날 오전 전남 신안군 홍도 인근 해상에서 신안선적 171t 유람선 바캉스호가 좌초됐지만 관광객 105명과 승무원 5명 등 110명이 모두 구조된 것은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건만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는 것을 보면 아직도 멀었다. 이래서야 어떻게 마음 놓고 배를 타거나 지하철을 탈 수 있겠는가. 이번 바캉스호 좌초 사고도 안전을 무시한 선사와 선장의 무리한 운행이 빚은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다. 바캉스호는 1987년 일본에서 건조된 중고 유람선으로 선령 21년인 세월호보다 7년이 더 낡았다. 증개축 작업을 거쳐 정원을 350명에서 500명으로 늘린 것도 세월호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지난 3∼4월 배를 들여올 때 홍도 주민 70여명은 운항 허가를 내지 말아 달라고 탄원서를 냈지만 무시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수산부는 카페리 선령을 20년으로 제한하되 최대 5년까지 연장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 대책을 발표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파도가 2m 이상 높게 쳐 함께 출발한 4척 중 2척의 유람선이 철수했는데도 바캉스호 선장은 무리하게 출항하고 바위 쪽으로 배를 몰았다. 수백벌의 구명조끼가 있었지만 찾아 입기 어려웠다는 승객들의 증언이 나오는 것을 보면 세월호 참사 이후 모든 연안 선박에 대한 안전점검을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게 무색할 지경이다. 첫 사고 신고를 받은 119는 원활한 연결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112는 초동대처를 허술하게 했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배가 바위에 부딪혀 굉음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승객들이 넘어져 머리와 무릎을 다치는 등 아비규환 속에서도 28분 만에 일사불란하게 승객 전원을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은 구명조끼를 나눠주고 승객들을 대피시킨 선원들과 신속하게 구조에 나선 인근 유람선, 어선들 덕분이었다. 유람선이 선착장 200m 근거리에 있지 않고 이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조직을 신설하고 안전 예산을 늘린다고 바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공무원이나 선원, 기관사, 구조대원 등이 승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각자 맡은 위치에서 제 몫을 다하고 원칙과 법을 지킬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