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 대회운영 미숙 ‘우왕좌왕’

입력 2014-10-01 03:14
인천 송도의 인천아시안게임 메인프레스센터 앞에 마련된 셔틀버스 정류장. 아시아 각국의 선수단과 취재진을 종목별 경기장, 선수촌 그리고 미디어빌리지로 수송하는 셔틀버스는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데다 제때 운행되지도 못해 대회 내내 비판을 받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조직위원회의 대회 운영 미숙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스포츠 축제라는 간판이 무색할 정도로 조직위 내부에서 혼선이 빚어지기 일쑤고 통역·안내 등도 부실하다. 특히 일부 조직위 관계자들은 민원인에 고압적인 태도 뿐 아니라 심지어 반말을 일삼는 경우도 있어 대회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육상 종목이 열린 인천 남동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기자회견장에 적혀진 셔틀버스 시간표와 실제 출발하는 정류장 시간표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내·외신 취재진의 항의가 이어지자 담당자는 “수송팀이 전달한 시간표를 기자회견장 관리팀이 붙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잘못된 시간표가 붙어져 있는 것을 알면서도 왜 시정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취재진은 오후 10시가 넘어서까지 한 시간 반 가량을 정처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다음 일정이 급한 한 이라크 취재진은 목적지까지 갈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구했지만 조직위 측은 이마저도 묵살하고 기다리라는 답변만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앞서 기자회견장에선 메달리스트 통역을 할 수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육상 남자 1500m 경기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프레스 매니저는 “현재 아랍어 통역이 어려울 것 같다”며 “혹시 기자들 가운데 아랍어가 가능한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랍권 선수들이 강세인 육상에서 아랍어 통역 인원이 배치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결국 보다 못한 금메달리스트 모하메드 알 가르니(카타르)가 나서 다른 선수들의 말을 영어로 전달해주는 촌극이 벌어졌다. 결국 조직위는 30일 중동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 육상 경기장과 중앙아시아선수들이 많은 리듬체조장에 각각 아랍어와 러시아 통역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조직위의 혼선과 고압적인 태도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메인미디어센터(MMC) 등록 센터는 하루에도 몇 번의 고성이 오가고 있다. 실제 지난주에는 “데일리 패스 발급 조건이 자주 바뀐다. 혼란스럽다”는 민원인의 지적에 한 조직위 관계자는 “전혀 그런 일 없다. 혼란스럽다고 하는데 우리만큼 혼란스러운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특히 MMC 등록 센터 책임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성은 민원인을 향해 얼굴을 붉히며 반말까지 하는 경우도 목격됐다. 메인프레스센터(MPC )검색대에선 일부 경찰들의 고압적인 태도 때문에 “우리가 죄인인가”라는 비아냥도 들리고 있다.

대회 초반에도 조직위는 미숙한 셔틀버스 운행과 경기장 정전·누수, 식중독균이 발견된 도시락 등으로 비난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대회 후반까지 미비 사항이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칫 4년 후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이런 무책임한 행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

인천=글·사진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