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 더욱 크고 다양해지고 있다. 한때 에너지 및 자원 확보에 주력했지만 최근 들어 시장 개척과 기술 흡수를 위해 소비재로도 M&A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더불어 패션 화장품 등 국내 소비재 기업에 대한 중국의 관심도 차츰 높아지고 있다.
◇M&A 큰손 中, 브랜드·기술 확보에 총력=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의 ‘2014 세계 투자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FDI)는 1010억 달러로 이 중 절반인 501억9500만 달러가 해외 M&A에 사용됐다. 지난해 중국의 FDI 규모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M&A 시장에서의 씀씀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거침없는 M&A 등의 영향으로 올해 중국에서 나가는 FDI 규모가 중국으로 들어오는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M&A 규모가 커지면서 대상 기업 역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중국석유화공(SINOPEC)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등 에너지 공기업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해외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M&A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흐름이 크게 달라졌다. 막대한 자본과 거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식량 음료 등으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가 스웨덴 볼보를 인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브랜드와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육류 생산업체 솽후이는 미국 스미스필드푸드를 47억 달러에 인수했다. 솽후이는 이를 통해 내수 확보는 물론 다른 나라로의 수출도 꾀하고 있다. 코프코는 올해 초 네덜란드 곡물 회사 니데라의 주식 51%를 인수했고, 중국 상하이 펑신은 2012년 이후 매년 뉴질랜드 목장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광밍식품이 이스라엘 유제품 업체 트누바 푸드 지분을 56% 인수했다. 이보다 앞선 4월에는 중국 사모펀드가 싱가포르 식품업체 노블애그리를 인수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중국 해외 M&A 액수 중 17%가 식음료 분야로 에너지·인프라 분야(20%)와 비슷할 정도로 그 비중이 커졌다. 중국 중산층의 소득 증가가 가속화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 수입보다 인수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류 붐 타고 국내 업체도 눈독=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의 한국에 대한 FDI 액수는 7억7600만 달러다. 지난해 동기(1억5700만 달러)는 물론이고 지난해 연간 액수(4억8100만 달러)를 이미 뛰어넘었다. 아직 다른 주요국에 비해 액수면에서 적지만 전년 대비 상반기 증가율이 394%에 이를 정도로 대한(對韓) 투자 규모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중국은 IT 기업은 물론이고 한류(韓流)에 힘입어 수출이 늘고 있는 패션 화장품 등 소비재 업체에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아가방앤컴퍼니는 이달 초 김욱 회장이 보유 중인 지분 15.3%를 중국 의류 업체 랑시그룹의 자회사 라임패션코리아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랑시그룹은 국내 업체와 여성복 브랜드 사용 계약을 맺고 있는 중국 유명 여성복 업체다. 현지 유아동복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브랜드에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2년 디샹그룹이 아비스타 지분을 인수한 후 국내 의류업체를 주목해 왔다. 아비스타가 디자인과 상품 개발을, 디샹은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면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아가방앤컴퍼니처럼 국내 저출산으로 실적이 나빠진 회사들이 피인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밍크뮤 블루독 등 유아동북을 생산하는 서양네트웍스가 홍콩 리앤펑그룹에 인수됐다.
최근에는 중국이 국내 중견 화장품 업체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업체 주식이 요동치기도 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몇몇 회사들이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 등 구조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회사들이 먼저 인수됐지만 앞으로도 중국 기업들이 브랜드나 기술력 확보 차원에서 국내 업체들을 인수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중국의 역습(하)] 에너지·자원부터 식량·음료까지… 왕서방 식성 왕성
입력 2014-10-01 03:33 수정 2014-10-01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