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무대’란 별명으로 통한다. 별명의 어원에 대해선 몇 가지 설이 있다. ‘무성 대장’의 약어라는 게 첫 번째다. 주로 김 대표 측 인사들이 주장하는 얘기다. 2010∼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았을 때 생긴 호칭이라는 설도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의 단순 줄임말이라는 것이다. 어원이 무엇이든 배포가 크고 카리스마 넘치는 김 대표의 스타일을 드러낸다는 점에선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최근 김 대표 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무대보다는 그의 이름 영문 이니셜을 딴 ‘MS’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무대가 권위적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의 의중도 반영된 듯하다. 그는 당 대표 취임을 전후해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무대라는 별명이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마초(Macho)’ 이미지가 있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별명이라는 게 다른 사람이 지어주는 거지 본인이 불러달라는 대로 되는 건 아니다”면서도 “김 대표가 무대라는 말에서 풍기는 거친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서인지 측근들은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MS로 써 달라”는 농담 섞인 요구를 하기도 한다. 몇몇 새누리당 의원들은 경기도지사를 지낸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과 헷갈린다며 김 대표는 ‘큰 MS’, 김 위원장은 ‘작은 MS’라 부른다.
정치인에게 약칭은 단순한 별명 이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MB’,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 김영삼 전 대통령은 ‘YS’였다. 정몽준 전 의원(MJ),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공동위원장(DY),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GT) 등도 있다. 정치인 약칭의 시초는 박정희 전 대통령(PP·President Park)으로 시작돼 DJ YS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3김 시대’ 이후 대중화됐다.
이니셜 약칭이 일반화되는 데 필요한 요건은 발음이 쉬워 입에 착착 붙어야 한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GH’라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선후보 시절 본인이 “어떤 사람이 ‘그레이트 하모니(Great Harmony)’라며 GH라 붙여줬다”고 했고, 일부 지지자가 그렇게 불렀지만 널리 통용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간 뒤 “GH보다는 그냥 ‘박 대통령’이 더 좋다”고 여러 차례 피력했다.
거물급 정치인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약칭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92년 대선 당시 언론에 “CY로 불러 달라”고 했지만 쓰이지 않았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도 한나라당 대선주자 시절 ‘창(昌)’이란 호칭이 날카로운 무기를 연상시킨다며 ‘HC’로 불리길 원했으나 끝내 창으로 남았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정치 인사이드-이니셜에 얽힌 사연]“무대 말고 ‘MS’로 불러달라”
입력 2014-10-01 03:53 수정 2014-10-01 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