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원교] 팡촨 전망대에 서면

입력 2014-10-01 03:10

훈춘(琿春)시는 북한, 중국, 러시아 3개국과 인접한 중국 측 국경 도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에 속한다. 훈춘의 4곳 세관 중 북한으로 연결되는 취안허(圈河)세관에서 함경북도 나진항까지는 불과 48㎞ 거리다. 중·러 사이의 훈춘세관에서 러시아 포시에트항까지는 42㎞ 떨어졌을 뿐이다. 국경도시답게 시내 간판은 한글, 한자, 러시아 3개 국어로 돼 있다. 한글과 한자가 병기돼 있는 옌볜조선족자치주 내 다른 도시와는 달리 러시아어가 추가됐다.

중국은 훈춘-나진-포시에트를 잇는 삼각형의 꼭짓점인 훈춘을 통해 ‘제강추하이’(借港出海·항구를 빌려 바다로 나간다)의 꿈에 다가서고 있다. 중국 동북지역 화물을 나진항을 통해 중국 남부로 운송할 경우 엄청난 비용 절감을 이루게 된다. 더욱이 나진항은 중국에는 일본, 미국으로 갈 수 있는 최단거리에 위치한 항구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취안허와 북한 원정리를 잇는 신두만강대교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훈춘에서 남쪽으로 70㎞ 떨어진 팡촨(防川)은 3국 국경이 맞닿은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한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재작년 가을 팡촨을 찾았을 때는 전망대 완공 직후였다. 바로 눈앞에 두만강을 가로지른 북러대교(철교)가 서 있고 왼쪽엔 러시아 하산역이, 오른쪽으로는 북한 두만강역이 보인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현주소가 뼈저리게 느껴진다.

하산과 나진을 잇는 54㎞ 구간의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사업 등을 포함하는 북·러 경협사업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현장이 이곳이다. 유라시아를 단일 경제공동체로 묶어 북한 개방을 이끌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거칠 경우 여기가 출발지로 꼽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최근 이 지역을 방문하고 ‘5·24조치’ 해제를 거론한 것은 의미가 깊다. 우리 정치가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민족의 미래까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정원교 논설위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