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급여 늘린 ‘아빠의 달’… 공약 파기 비난 회피용 꼼수정책

입력 2014-10-01 03:47
1일부터 동일한 자녀에 대해 두 번째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부모의 첫 달 육아휴직 급여가 최대 150만원으로 오른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아빠의 달’이 시행되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공약 파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무용지물을 만들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는 30일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아빠의 달’ 인센티브가 시행된다”고 밝혔다. 현행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40%(상한 100만원)가 지급되지만 동일한 자녀에 대해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두 번째 사용자의 첫 달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상한 150만원)로 올리는 내용이다. 통상적으로 여성 근로자가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휴직을 사용하므로 두 번째 사용자는 아빠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아빠의 달’로 이름 지었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같은 이름의 공약과 비교하면 내용이 후퇴했다. 박 대통령 공약은 모든 남성이 1개월 동안 유급 육아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월급은 전액 국가가 지급한다는 게 공약의 핵심이었다.

공약과 이번 정책은 적용 대상과 지원 금액에서 현격한 차이를 나타낸다. 부모 중 두 번째 육아휴직 사용자가 대상이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늘리려는 의도지만 고액 연봉자나 저소득 근로자 모두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맞벌이로 빠듯하게 생계를 유지하는 저소득 근로자들은 첫 번째 달에만 쥐꼬리만큼 늘어나는 급여를 바라고 육아휴직을 선택할 수 없는 처지다. 고소득자에게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정책이다. 급여 상한액 150만원은 이들에게 휴직을 신청하게 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정부는 재원 부족을 탓한다. 당초 공약대로 모든 남성에게 국가가 1개월 치 급여를 지급하는 ‘남성 출산휴가’를 부여할 경우 육아휴직 급여 재원인 고용보험 기금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결국 명칭은 공약대로 가져가지만 전혀 동떨어진 내용을 담고 그마저도 사용자가 적어 기금에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꼼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