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악관에 무단으로 침입했던 오마르 곤살레스(42)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깊숙이 들어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밀경호국(USSS) 주장대로 백악관 현관 앞에서 체포된 게 아니라 건물 중간에 위치한 중앙관저(Executive Residence)의 이스트룸(East Room)까지 침입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 내부까지 외부인이 무단으로 들어온 것은 최근 수십 년래 처음이다.
행정부 관리들은 곤살레스가 대통령 가족의 침실 등으로 연결되는 계단을 지나 이스트룸까지 막 바로 들어온 데 대해 경악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백악관은 이스트윙(East Wing), 중앙관저, 웨스트윙(West Wing) 등으로 구성되며 중앙관저는 대통령 가족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WP에 따르면 곤살레스는 중앙관저 현관문에 도달한 뒤 경호요원 한 명을 제치고 건물 내부로 진입해 대통령 침실로 연결되는 계단을 지나 이스트룸까지 직행했다. 규정대로라면 현관문 앞에 경호 요원이 배치돼 있어야 하지만 아무도 없었으며, 외부인의 침입을 경고하기 위해 설치된 비상벨은 당시 백악관 관리실 요청에 따라 꺼져 있었다. 이스트룸은 백악관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방으로 연회나 무도회, 기자회견 등이 열리는 곳이다. 곤살레스는 이스트룸 남쪽 끝 그린룸(Green Room) 문까지 와 체포됐다. 당시 그의 바지주머니에는 9㎝ 길이의 접이식 칼이 있었다.
더욱이 비밀경호국은 상급기관인 국토안보부에 범인이 백악관 내부까지 침입했다는 사실조차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30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줄리아 피어슨 비밀경호국장은 호된 질책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를 여는 하원 정부 감시·개혁위원회 소속 제럴드 코널리(민주·버지니아) 의원은 “경악할 따름”이라며 “비밀경호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질 정도”라고 비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뻥 뚫린 백악관… 칼 소지 무단 침입자, 내부 깊숙이 진입 밝혀져 경악
입력 2014-10-01 0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