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5509만 달러(약 10조5860억원).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1999년 출범한 뒤 이제껏 인수·합병(M&A)에 쓴 돈이다. 중국 경제 월간지 신차이푸(新財富)가 알리바바의 공개된 M&A 금액만 집계했더니 이 정도였다. 엄청난 돈은 최근 1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투자됐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M&A에 쓴 돈은 80억∼87억 달러(25건)로 추산된다.
사들인 기업도 차츰 달라지고 있다. 처음에는 전자상거래와 연관된 기업을 수집했지만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뒤로는 사물인터넷(IoT), O2O(Online to Offline·소비자가 상점 앞을 지나칠 때 각 상점에서 쿠폰·상품정보 등을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보내는 서비스) 등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중국 기업이 해외 기업을 사들인 것은 모두 250건에 이른다. 금액으로는 439억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건수로는 46%, 금액으로는 36%나 늘었다. 그야말로 ‘M&A 블랙홀’이다. 중국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1999년 저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 전략을 내세운 이후 전방위로 기업 사냥을 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초라하다. 미래 성장엔진을 확보할 수 있는 ‘M&A 전쟁’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잔뜩 움츠린 채 방어에만 급급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M&A는 2010년 811건에서 2011년 629건, 2012년 525건으로 감소하다 지난해 400건을 기록했다. 국내 최고 기업 삼성전자의 M&A 실적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M&A 건수는 2010년 1건, 2011년 3건, 2012년 5건, 지난해 6건에 그쳤다. 올해는 8월까지 3건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도 불안하다. 우리 경제를 견인했던 제조업은 ‘중국 덫’에 걸렸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면서 축복으로 여겨졌던 중국 시장은 재앙으로 돌변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적자의 늪에 빠져들었다. 막강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호령했던 철강, 조선 등 굴뚝산업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선업에서 중국은 이미 2012년부터 3년 연속 세계 1위(선박 수주량·건조량·수주잔량)다.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도 선진 기술을 빨아들이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수출시장 1위 품목 수는 물론 각종 제조업 경쟁력, 기술력 격차 등에서 우리가 중국에 쫓기다 못해 잠식당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30일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가 2010년 1351개에서 2011년 1417개, 2012년 1485개로 꾸준히 느는 동안 우리는 71개에서 61개로 줄었다가 2012년 64개로 소폭 회복하는데 그치고 있다”며 “결국 기술력을 키우고, 미래 성장동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한데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를 모두 중국에 뺏길까 두렵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중국의 역습(하)] 中, 미래 성장엔진 선점 ‘M&A 블랙홀’… 韓, 방어 급급
입력 2014-10-01 0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