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변창배] 교회는 그리스도인의 어머니

입력 2014-10-01 03:16

‘교회는 신자의 어머니다.’ 어거스틴이나 종교개혁가 칼뱅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무릇 그리스도인은 교회를 통해서 믿음의 길에 들어선다. 교회에서 세례를 통해 믿음을 공적으로 고백하게 된다. 교회를 통해 말씀과 성례전의 은혜를 누리고, 하늘나라의 친교를 미리 맛보게 된다. 교회를 통해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다음 세대로 전하기 위해 교육한다. 마치 인간이 어머니의 태에서 생명으로 잉태되고 어머니의 가슴에서 자라나며 어머니의 손으로 어린 생명을 부지하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 공동체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모태인 것이다.

최근 한국교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소리가 높다. 급속한 성장에 뒤따르는 후유증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사회변화에 뒤처진 총체적인 위기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몇 가지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10년간 예장통합 교단의 교세 증감 추이를 보면 교회 수는 증가하고 있으나, 교인 수는 증가하다가 감소세로 바뀌고 있다.

교회 수는 2004년 7158곳에서 7279곳(2005년) 7476곳(2006년) 7671곳(2007년) 7868곳(2008년) 7997곳(2009년) 8162곳(2010년) 8305곳(2011년) 8417곳(2012년) 8592곳(2013년)으로 계속해서 증가했다. 반면 교인 수는 2004년 248만9717명에서 2010년 285만2311명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증가한 뒤, 285만2125명(2011년) 281만531명(2012년) 280만8912명(2013년)으로 3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교회 수의 증가는 목회자의 증가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교인 수의 감소는 추세로 굳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교회 내에서 재판이나 분규도 끊이지 않고 있다. 목사와 장로 간의 견해 차이가 갈등으로 비화되고, 이를 재판으로 해결하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교계 지도자들의 약화된 윤리의식 탓이리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용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 인맥 확대 등을 통한 건전한 사회적 관계 형성’이라는 SNS 본연의 목적이 왜곡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억지 주장이 사이버 공간에 넘쳐난다. 물론 이것이 교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유독 교계에서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는 것은 약화된 자정기능 탓일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개혁을 요구하고 있고, 너나없이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개혁을 위해서는 먼저 각자 신앙의식을 새롭게 해야 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신앙의식의 개혁은 무분별한 성장 위주의 신앙 양태를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하고, 제도 개선은 목회자를 과다하게 배출하는 신학교육의 문제와 교회 정치제도의 개혁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 짧은 글에서 개혁에 관한 담론을 모두 다룰 수는 없다. 다만 개혁에 임하는 자세만은 한 가지 지적하려고 한다. 마땅히 힘써 개혁하되, 어머니를 대하는 심정으로 해야 한다. 그것도 이제는 연세가 많고 노쇠해진 어머니를 대하듯 해야 한다. 치료하기 어려운 환부가 있다면 도려내야 하겠지만, 조심스레 삼가며 다뤄야 한다.

현대의학도 상처를 작게 남기려고 다양한 수술 방법을 개발하고 있지 않는가. 어머니가 노망이 들었다고 고려장을 하겠는가. 더 정성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머니 섬기듯 한다면 함부로 치부를 드러내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없을 것이다. 교회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고백대로 하나님께서 손수 개혁하시도록 기도하며 간구해야 한다. 교회를 개혁하되, 어머니를 섬기는 마음으로 정성껏 섬기기를 기대한다.

변창배 목사(예장통합 총회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