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걸음으로 30분이면 출발 지점에 되돌아오는 자그마한 마을. 그곳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여긴 오래 머물지 말자고 했다. 마추픽추와 우유니 사막을 지나온 뒤라 사막 옆 작은 마을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는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지로 가는 버스는 일주일에 한 번 운행되었다. 우리는 4일을 그곳에서 보내야 했다. 한 숙소에 짐을 풀었다. 마당 있는 집이었다.
숙소 청년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으려고 했다. 3일째 되던 날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흙길이 있고 하늘이 높은 아름다운 마을이지만 젊은이에게는 무료한 곳이었다. 즐거움은 마당 나무에 걸어놓은 해먹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리라.
그럼에도 마지막 밤은 왔다. 나와 친구는 칠레 와인과 함께 숙소에서 보냈다. 마당에는 개가 무심코 누워 있었다. 잠시 후 숙소 청년이 더는 손님이 오지 않을 거라며 우리에게 합류했다. 물론 취침시간이 철저한 친구 덕분에 자정 전 각자 방으로 돌아갔지만.
그리고 새벽,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당을 지나 현관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소리는 점점 커졌고 간절해졌다.
나는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도 아니잖아. 모른 척해. 몇 번이나 생각했지만 한참이 지나도 소리는 그치지 않았고 그것을 들은 사람은 나밖에 없는 듯했다. 마당을 지나 현관까지 가는데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일교차가 심했다. 누구냐 물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물어보았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녀가 숙소에 머무는 유럽 여행자라는 사실이다. 그녀는 “땡큐”라고 하며 내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나는 언 몸을 녹이려고 그녀를 안았다.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려는데 누군가 다가오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였다. 네가 아니었다면 얼어 죽었을 거라며 그녀는 나를 끌어안았다. 간밤에 푹 잠든 친구와 숙소 청년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작은 소리에 잠이 깨는 나의 예민함이 그날만큼은 고마웠다.
심심한 마을이었지만 우리는 그곳에 살던 사람처럼, 마을을 돌며 가게 앞에 쭈그리고 앉은 상점 주인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곽효정(매거진 '오늘' 편집장)
[살며 사랑하며-곽효정] 심심하고 따뜻한 마을
입력 2014-10-01 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