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비용은 어떠한 재화 또는 서비스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수반되는 비용이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쓰는 비용은 거래 대상을 물색하는 데 드는 비용, 거래 대상을 찾아 흥정을 하는 데 드는 비용, 계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이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 불완전 계약을 체결했을 때 완전계약으로 이행하기 위해 쓰는 비용 등 제반 비용 등을 포함한다. 시장거래를 넘어서 사회적 거래에서도 내가 상대에게 뭘 부탁하기 위해 점심이라도 사주어야 한다면 내가 부담하는 점심값은 거래비용이다. 사람들이 굳이 자신만의 단골집을 만들려는 것도 결국은 새로운 집과 거래를 할 때 드는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나름의 합리적 행동이다.
시장에 대응해 쌍방 간 거래비용을 줄이려는 합리적 행동이 탐욕에 의해 좌우될 경우 이는 오히려 사회 전체적으로 거래비용을 늘리고 부패를 증가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한다. 개인 간 국지적 합리성이 전체적 비합리성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파트 건설업자가 아파트 건설 계약을 따내기 위해 발주업체 직원들에게 뇌물을 공여했다고 보자. 이 뇌물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가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으로 당연히 거래비용이다. 문제는 이 뇌물을 지불한 건설업체는 이 비용을 어디 다른 곳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건축할 때 드는 제반 비용을 줄여서 충당할 것이다. 처음 시작부터 탐욕으로 시작한 거래이니 만큼 이 비용을 날림건축자재를 사용하거나 인건비를 깎거나 바닷모래를 사용하는 등으로, 겉으로 명백히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충당할 것이다. 당연히 아파트는 부실 아파트로 전락한다. 추가된 거래비용은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저하에 그대로 전가돼 고객들의 복지를 침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국지적 합리성을 도모하기 위해 지불한 거래비용이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되어 사회 전체를 부실화시키는 주범이 된다.
2013년 국제회계포럼과 2014년 홍콩의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부패 수준은 후진국인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등과 같은 등급이다. 부패지수가 높다는 것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뇌물, 접대 등 거래비용이 많이 든다는 말이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자료나 세계경제포럼(WEF)이 2013년 발표한 회계 투명성 자료는 더 충격적이다. IMD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쟁력 수준은 조사 대상 60개국 중 22위로 상위권이지만 회계 투명성 순위는 60개국 중 58위다. WEF는 148개국을 조사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국제경쟁력 수준은 역시 25위로 상위권이지만 회계 투명성 지수는 91위로 역시 최하위권이다. 회계 투명성은 회사들이 부당한 거래비용에 쏟는 비용에 반비례한다. OECD 국가로서의 화려한 신자유주의 경쟁력을 추종해온 이면에는 이처럼 추악한 거래비용의 민낯이 숨겨져 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자 정부는 우리 공무원들과 국민의 안전 불감증이 문제라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뿌리는 더 깊은 곳에 있다. 소위 관피아, 해피아, 전관예우 등을 통해 계약을 쉽게 성사시키기 위해 쓴 거래비용은 사회적 비용을 치솟게 하고, 이것이 사회를 부실화시킨 것이다. 관변단체들의 노력으로 치솟은 감춰진 거래비용은 부패를 양산하고 이 부패에 오염된 사람들이 시스템 운영에 관여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안전한 시스템도 궁극적으로는 부패하게 마련이다.
공정사회란 일반 국민들이 ‘콩 심은 곳에 콩 나고, 팥 심은 곳에 팥 난다’는 상식적인 믿음을 받아들이는 사회를 말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과도한 거래비용을 지출하지 않고도 본인의 땀의 가치(Sweat equity)에 의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게 된다. 땀의 가치가 정착되면 될수록 사회적 명성과 신용이 시장에서 돈처럼 거래될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하게 된다. 사회적 명성이 시장거래처럼 사회적 시장에서 상징적 화폐로 거래될 수 있는 사회가 공정사회인 것이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
[경제시평-윤정구] 거래비용과 공정사회
입력 2014-10-01 03:20